Humans of Kumdo LG유플러스 연구위원 이경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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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랑켄슈타인, Hugo, A.I, 200년 전에 제작된 일본의 카라쿠리 톱니바퀴 인형, 1960대의 쉐이키(Shakey, 세계 최초의 모바일 지능형 로봇) 등 인간은 오래전부터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만들려고 시도하였다. 이제는 지능을 가진 인간이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학습하는 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이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의 생활 전반에 퍼져있고 그 기술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 속에 있으나 그 진화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아무도 모른다. 인공지능 기술은 한 마디로 '이미 와 있는 미래'라고 한다. 30년 전 검도를 시작해서(검도에 입문해서) 평생 검도를 꿈꾸는 이경님 박사는 인공지능 음성인식과 대화형 자연어처리의 1세대 전문가로 그 변혁의 중심에 있다. 우리와 닮은 그리고, 사람과 소통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던 중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이경님 박사를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나 보았다.
Q. 안녕하세요, 박사님! 도장에서 검도 수련 후 검도 얘기만 하다가 이렇게 사무실에서 뵈니 기분이 또 다르네요.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다가 인간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셨다는데 그 얘기를 조금 해주시겠습니까?
네, 저도 같이 검도를 수련하였지만 이렇게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긴 처음인 거 같습니다. 인간 존재에 물음 같은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인 고찰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지능을 인위적으로 구현하려다 보니 인간의 지능형성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어 인간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것으로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Q. 요즘 인공지능, 기계학습, 딥러닝, 빅데이터, 가상현실, 메타버스 등 이런 기술적인 용어들이 많이 쓰여지고 저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하였는데 인공지능의 형성과 구현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요?
인공지능기술의 시작은 인간의 지능형성 방법을 모방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훈련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또 성공과 실패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반복적으로 습득하면서 지능을 형성합니다. 어린아이가 '개'라는 것을 배우는 과정을 뇌 활동과 연결하여 말씀드리면, 많은 종류의 '개'사진을 우리는 하나하나 신경세포(뉴런)에 저장하고 각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신경 연결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약 고양이 사진이 뇌 속에 들어오면 촘촘히 연결된 시냅스가 각 신경세포를 돌아다니면서 '개'가 아님을 판단합니다. 이 시냅스가 촘촘하고 단단하게 연결될 때 학습이되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형성과정도 이와 비슷하여 데이터를 저장하고 데이타를 연결하는 연결망이 있습니다. 이때 데이타가 많이(빅데이터)를 저장되고 연결망의 층수가 많아질수록 (기계학습,딥러닝 과정을 통해) 정확도가 높게 됩니다.
Q. 그렇군요. 박사님의 전문분야인 음성인식도 이런 과정 다시말하면, 인간의 언어 인식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겠네요.
네. 인공지능을 통한 음성인식도 인간의 대화가 모델이었습니다. 우리가 대화하려면 소리의 진동이 공기를 통해 고막을 통과하여 달팽이관에 도달하면 이 진동을 화학신호로 뇌에 전달하여 뇌가 진동을 해석하여 의미를 파악합니다. 인공지능의 음성인식은 마이크에 소리를 입력하면 달팽이관에 해당하는 센서가 진동, 소리 파동을 디지털 신호로 기록하고 이 디지털 신호를 사람의 언어로 변경합니다. 여러분이 사용하시는 스마트폰의 애플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포함하여 네이버 ‘클로바’와 SKT ‘누구’ 등의 스마트 스피커에 적용된 기술입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는 입력된 음성의 전처리 및 인식 단계(STT, Speech-To-Text)를 거쳐 텍스트 결과값을 전달하고, 자연어 처리 및 이해 단계를 거쳐 답변을 생성하고 소리로 전달하는 TTS(Text-To-Speech) 등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컴퓨터가 사람의 의사소통 언어인 '자연어'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냐에 따라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Q. 어려울 것 같은 것을 아주 쉽게 설명해 주셔서 금방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제 검도 얘기 좀 해보겠습니다. 저도 오늘 박사님이 검도를 30년 동안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도 수련 기간이 긴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습니까?
오래된 건가요? 그저 시작을 일찍 했을 뿐입니다. 음성인식 분야에서는 MZ세대 연구원들은 저를 시조새라고 부르던데...
시작한 연차에 비해 실력은 어림없습니다. 연구실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수련 시간에 맞추기가 어려워 새벽 시간대부터 오후, 저녁 시간대 가리지 않고 도장에 다니다 보니 학생들과 다양한 직업군의 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다방면의 분들과 연락하고 지내는 검도인들이 많습니다. (핑계 같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는 주변에 다닐 수 있는 도장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고, 잦은 국내외 출장과 업무 성장에 집중하다 보니 십 년 넘게 검도를 할 수 없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검도 시작은 아주 명쾌했습니다. 체력도 약하고 워낙 말도 없고 둔한 아이라 중3 때 태권도장을 보내주셨습니다. 2단까지 땄는데 대학에 입학하면서 평생 나의 길을 가면서 백발 노인이 되어서도 존재감과 자부심을 지켜나갈 수 있는 운동을 찾던 중 검도 동아리에서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새내기 대학생활에서 검도는 저한테 전공필수였고, 검도가 좋아서 거의 매일 수련을 했습니다.
Q. 30년 검력에 3단이시라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검도의 어떤 면이 박사님에게 좋았는지요?
30년 검력은 숫자로 보면 오해이신 것 같네요. 대학 때 심사를 앞두고 시험 준비하느라 타이밍을 놓치고 나서, 한 참 뒤에야 2001년에 초단, 2017년에 3단에 승단했습니다. 제가 있는 분야의 기술변화가 너무 빠르다 보니 그것을 쫓아가다 보니 검도를 불규칙하게 되어 승단 준비와 승단할 실력이 안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검도 자체를 즐겼던 것 같아요.
검도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인품을 지닌 선생님들과 사범님을 포함한 검우들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아닌 처음 검도 가르침을 받은 곳은 92년 오병철 관장님이 지도하시던 문래동 YMCA 검도교실이었네요. 관장님의 훌륭한 인품과 품격을 배울 수 있었고, 그 인연으로 한 참 후에야 제심관에서 수련을 하면서 초단을 받았습니다.
2015년 12월 광화문 사옥으로 부서 이동 후, 지하사옥에 검도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내려가 수련을 시작했는데 그때 서병윤 선생님 지도 하에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시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검도 수련 후 검우들과 맥주 한잔하면서 업무 외 많은 얘기를 주고받는 것도 컴퓨터 언어와 문서 안에 갇혀있던 저에게는 환타지 같은 힐링 공간이었습니다.
Q. 그렇군요. 훌륭하신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많지만, 그것을 내 삶에 체화시키고 변화시키려는 것이 진정한 배움인 거 같습니다. 많은 학술대회와 해외 출장과 세미나 그리고 현재의 직장 생활에까지 검도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항상 긴장감을 느끼고 밖으로 촉을 세워야 하는 생활 속에서 잠시 나를 바라보게 하여 다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인 거 같아요. 거울 속에 반사된 나를 보면서 하는 기본 수련은 잠시 잊었던 나와 끊임없이 대화하게 되었고 대련을 통해 기술이 아닌 살아있는 상대와 합을 맞추면서 상대를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는 것이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Q. 항상 머리를 쓰는 일을 하다 보면 체력이 중요할 텐데 검도 외 다른 운동을 하거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따로 하는 것이 있나요?
네. 말씀대로 체력 소비가 많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인이 보내 준 산삼 두 뿌리를 먹었습니다. 하하! 좋다는 건 가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는 컨디션 유지가 중요한 거 같습니다.
골프와 로드바이크도 하고 있습니다. 17년에는 로드바이크를 탄 지 3개월 만에 잠실에서 여주보까지 왕복 160km를 완주했고, 그 해 2박3일 제주 일주 투어를 마치고 모두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기쁨을 만끽했던 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언제든 기회가 닿으면 체력과 경험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검도 수련을 꾸준히 천천히 오래할 수 있도록 건강을 잘 유지하면서, 도장에 들어서서 호구를 입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대련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는 게 제 인생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Q. 마지막으로 향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평생 검도! 이제 실력을 갖추어 승단을 도전하면서 그 무게를 이기고 작은 깨달음을 쌓아가며 성장을 즐기는 검도 수련을 계속해보고 싶습니다. 때론 형식이 내용을 강제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업무적으로는 음성인식 기술과 자연어처리 기술이 더 발전해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지고, 인간처럼 소통하고 공감하며 상식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AI를 만들고, 더 나아가 통·번역 등 범용 외에 시각 청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 문턱을 낮추는데 더 연구할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