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Kumdo 삼일회계법인 부사장 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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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AI로 인한 세상의 변화는 클 것입니다. 단순 반복 노동은 물론 변호사, 의사, 회계사 같은 전문가 집단의 일자리도 장래에 시간이 걸릴지언정 언젠가는 변화하거나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드러난 사건의 겉모습만 보고 A다 B다라고 결론을 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은 그 이면에 있었던 상황을 간과하여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계사가 하는 기업들 간의 일도 그러합니다.
기장, 계산 등 단순 업무는 이미 전산시스템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법정에서 일어난 사건의 이면의 의미를 찾는 것처럼, 회계사는 도출된 숫자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숫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체 과정에 간여합니다.
즉 전산시스템을 설계하고 그 전산시스템의 입력 오류 여부를 검증하고 도출된 결과물을 새로운 환경 또는 변화가 예상되는 환경에서 경영자들이 유용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계적 개입이 아니라 흑과 백 사이의 그레이(gray)한 인간적 판단이 들어가기에 신뢰가 중요합니다."
1453년 계유정난에 가상의 인물인 관상가가 개입되었다는 픽션 영화 ‘관상’에서 왕위찬탈이 끝났지만 자기들 무리에서 또 역적이 나올 만한 상을 찾아달라는 한명회 부탁에 영화 내 관상가는,
"그날 당신들 얼굴에 뭐 별난 거라도 있었던 줄 아시오? 염치없는 사기꾼 상도 있고 피 보기를 쉬이여기는 백정의 상도 있고 글 읽는 선비의 상도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얼굴들이었소. 그냥 수양은 왕이 될 사람이었단 말이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을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AI 시대에 사람이 사람을 전제로 하는 직업이 오래 남을 것이고 이런 인간관계의 기반은 그 일에 대한 나의 진정성과 전문성이며 이것이 곧 영화 ‘관상’에서 말한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가 아니라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는 능력이라고 말하는 김우성 삼일회계법인 부사장은 87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고려대학교에서 검도를 수련한 검력 35여 년의 검도사범이다.
노동의 경감 시대에 행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파는 것으로 가치를 올려야 하며 그 연장선에서 회계는 Trust Business라는 김우성 부사장을 용산 아모레퍼시픽 건물에서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부사장님. 어렵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모레퍼시픽빌딩은 지나가면서 자주 보았는데 이렇게 들어와 보긴 처음인데 규모가 상당하네요. 예전에 대한검도회 감사를 역임하셔서 성함을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되어 반갑습니다.
제가 삼일회계법인에서 30여 년 동안 근무했는데 처음에는 LS용산타워(구 국제상사)에서 일하다가 2018년에 여기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물 14층, 17~20층으로 옮겼습니다. 예전 건물에는 지원부서가, 이곳에는 지원부서를 제외한 대부분 부서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용산공원이 훤히 보여 근무환경도 좋습니다.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2차 공인회계사 합격생들이 삼일회계법인을 무조건 지원할 정도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고 들었습니다.
네. 삼일회계법인은 5천여 명의 직원들이 있고 그중 약 4,100여 명의 전문가들이 기업 고객들에게 그 기업의 산업적 특성에 맞는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계법인입니다.
간략하게 회사 연혁을 말씀드리면 1971년 라이부란 회계법인 설립, 1973년 Coopers & Lybrand의 Member Firm으로 가입, 1977년 삼일(三逸)회계법인으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1999년에 PricewaterhouseCoopers의 Network Firm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제가 드린 명함에 나와 있는 PwC(23년 기준 한화매출기준 약 66조)는 세계 빅4회계법인으로 저희 삼일회계법인과 파트너협력관계(멤버십)를 맺고 서로 국제 기준에 맞는 감사 절차와 기준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PwC와 협력관계로 인해 PwC에 속한 전 세계 151개국 36만 4천여 명의 전문가들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여 고객 기업의 신뢰 확보와 가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손흥민 선수가 2022년 EPL 득점왕 수상 후 세무 자문을 받기 위해 경호 인력도 없이 혼자서 평범한 사복 차림으로 삼일회계법인을 방문하였다가 아모레퍼시픽 건물이 시끌벅적했다는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세무 자문을 포함해서 회계사님들이 하시는 업무를 조금 소개해 주실 수 있는지요?
네. top급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은 재산과 벌어들이는 소득만큼 내야 하는 세금도 상상을 초월해서 회계사 등 전문가들에게 세무 자문을 많이 받습니다. 세무 자문은 회계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이 밖에도 회계감사, M&A, 경영컨설팅 등이 있습니다.
그중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회계감사가 중요한 업무입니다. ‘회계’라는 것이 기업이 외부 이용자에게 그 기업의 상태에 대하여 경제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계감사’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만약 재무제표에 하나의 실수나 정보 오류로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해를 본다면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사나 회계법인은 즉시 소송이 걸리고 패소한다면 엄청난 피해가 생기며 심하면 법인이 아예 공중분해 될 수도 있습니다.
Q. 94년도에 입사하여 30여 년 동안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하시다가
지금은 부사장님이 되셨습니다. 부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생각하시는 ‘회계사’란 직업을 간략하게 표현해 주신다면요?
저는 Trust business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회계에 적용되는 계산이나 숫자는 전산시스템에 산출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자는 그 숫자를 보고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숫자가 산출되기 전까지 전산시스템을 설계하고 입력된 숫자가 맞나 안 맞나 검증하고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저희 회계사의 일입니다.
그렇게 해석된 결과물의 유용성을 기업의 경영자가 신뢰하려면 전과정에 걸쳐 회계사들이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신뢰 확보와 결과물의 가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business라고 생각합니다.
Q. Trust business! 행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파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이제 검도 얘기를 여쭙겠습니다. 검도는 언제 어느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저는 87년도에 고려대학교 통계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지금 인터뷰를 진행하시는 김사범님도 동일한 세대였으니 잘 아시다시피 80년대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잖아요. 대학 입학 후 한동안 대학생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 방황만 하다가 늦가을 정도에 봉사활동하려고 서클룸을 찾았는데 아무도 없어 그냥 나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검도부에 들르게 되었는데 그곳에 과 선배가 있었습니다. 그 선배에게 신입생이 이렇게 늦게 입회가 가능한지 저처럼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도 할 수 있는지 꼭 경험자만 검도할 수 있는지 이것저것 물어 보고 검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Q. 인터넷에 나와 있는 부사장님의 프로필에 검도동아리 활동이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전 준우승한 사진도 있는데 대학 때는 어떻게 수련을 하셨는지요?
1학년 늦가을 그러니까 초겨울에 시작한 검도를 4학년 1학기 군대 가기 전까지 열심히 했습니다. 검도 동아리 임원 활동도 하고 시험을 빼먹고 시합 준비를 할 정도로 열심히 했고 개인전 준우승 경력도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완수하려는 성격 때문에 열심히 한 것이지 검도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뭐가 되겠다고 하는 큰 뜻은 없었습니다.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싫어서 열심히 했던 거 같습니다. 공인회계사 공부도 그랬습니다.
Q. 말씀에서 갑자기 요즘 유행하는 MBTI(개인의 16가지 성격유형 심리검사 도구)에서 체계적이고 정해진 틀 안에서 일을 진행한다는 J 유형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계사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데 바쁜 업무 중 검도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부사장님이 느끼시기에 검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맞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주중에는 야근, 고객과 미팅/저녁, 주말에는 골프 등으로 검도를 자주 할 수 없었습니다만 시간이 허락되면 금요일에 있는 고대검우회 OB 운동, 또 틈틈이 집 근처의 도장에 등록하여 수련을 하였습니다. 작년에는 사회인대회에도 참가했구요. 그러나 년에 한 20여 차례밖에 검도를 하지 못한 거 같네요.
검도의 매력.. 하하. 제가 좋았던 것은 검도를 통해 만났던 선배, 사람들의 관계였습니다. 의외의 말이 될지 몰라도 검도 자체보다는 검도인과의 관계 자체가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검도를 대충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력도 없지만 검도 자체에 대한 매력이 없다고 하면 검도 선후배들이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Q. 검도에서도 업무와 같이 관계, 신뢰를 중요시하시는군요. 마지막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지금과 같이 제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고 일의 특성상 검도를 쉽게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되면 선후배가 말하는 검도 자체의 매력을 찾아 볼 계획입니다. 비록 검도는 여건상 자주 못 하고 있지만 대한검도회에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응할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