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구석구석 즐기는 검도가 잘하는 검도를 이긴다!!
페이지 정보
본문
1. 첫 만남, 검도..
2013년 11월 어느 가을날이었다. 무슨 운동을 할지 고민 중에 우연히 서울 양재역 주변 체육관을 검색하던 중 ‘강호검도관’이 눈에 들어와 문의 전화를 했다. 무려 5번이나… 검도관 유선번호, 관장님 휴대폰 둘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
‘왜 내 전화를 안 받지??’
순간 일부러 안 받는 거 같다는 촉이 와서 약간 화도 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근무하던 사무실과는 도보 5분 거리라 직접 방문을 했다. 관장님께서는 도장 정리 중이셨고 나는 검도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왜 전화를 안 받았는지가 더욱 궁금했다. 검도 수련에 대한 사항을 간단히 안내받고 드디어 질문의 시간이 왔다.
상훈: “저... 점심 전에 여러 번 전화를 드렸는데 왜 통화가 안됐나요?”
관장: “전화하셨어요?? 오전에 스팸 전화가 왔었는데 계속 그 전화인 줄 알았어요~”
관장님은 약간 놀라시며 명쾌한 답을 하셨다. 나의 오해는 눈 녹듯 사라졌고 그날로 입관 등록을 하고 대한검도회의 일원이 되었다.
2. 초단 승단과 결혼
검도를 약 1년여 수련하던 중 회사 후배의 소개로 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만나기 전 서로 사진을 교환하는데 잘 나온 사진을 찾던 중 막 시작한 골프 사진과 검도 심사 사진을 보냈다. 음악을 전공한 지금의 아내는 나의 운동하는 사진이 좀 평범하지 않고 남자다워서 좋다고 했다. 특히 갑, 갑상은 나의 두툼한 배를 가려주고 발목까지 내려온 검도복 하의는 나의 짧은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하는 훌륭한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합동 연무 때 찍은 사진과 영상은 좀 더 남자다움을 어필하는데 탁월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결혼을 하였는데 결혼식 단체 사진에서 검도인들의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군대 동기, 친구, 직장 동료들보다 검도관 관원들의 참석과 축의금이 훨씬 두터웠다. 역시 멀리 있는 친구보다 같이 땀 흘리는 검우가 소중하고 회사에서 사무적으로 5년 동안 지낸 직장 동료보다 1년 동안 연격을 받아준 검우가 훨씬 의리가 있었다. 그래서 ‘교검지애’, ‘평생검도’란 단어가 생겨난 것 같다.
3. 두 자녀의 출산 그리고 타협
결혼 1년 후 아내가 출산을 하고 나는 육아에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퇴근 이후 검도장에 가는 것도 조금씩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밤새 수차례 우는 아기 덕분에 나는 업무시간에 늘 병든 닭처럼 피곤이 쌓여 있었다. 그러다 승단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고 급한 마음에 준비되지 않은 실력으로 심사장에 들어갔다가 불합격의 쓴맛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정말 간사한지라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되돌아보지는 않고 그냥 운이 없었겠지라고 정신승리를 했다. 여기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기분이 상해 검도를 중도하차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생각보다 자존감이 강했는지 또다시 도전하였다. 그러나 또 떨어졌다… 검도가 나랑 안 맞나??....
4. 이직과 변화된 검도
2020년 1월 나는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직을 하였고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는 검도장의 문을 반쯤 닫게 만들었다. 띄엄띄엄 수련하는 것이 별로였고 마스크를 쓰고 호면 착용하는 것은 그냥 싫었다. 특히 안경을 착용하는 검도인들은 더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거의 2년 정도 검도를 쉬면서 국내 100대 명산에 도전하여 92개를 다녀오고 시간은 흘러 2023년이 되었다. 다시 검도로 복귀하면서 직장과 가까운 지금의 ‘청정검도교실’로 입관을 하였다. 여기서도 재밌는 스토리가 있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군포검도관이 있다. 그러나 복잡한 상권 중심가에 주차가 힘들어 차로 15분 거리인 청정관에 입관을 한 것이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상훈: “청정 검도관이죠? 저는 지금 2단이고 입관을 하려고 하는데, 주차 가능합니까?”
관장: “성인부는 9시 20분이고 건물 지하 1, 2층에 주차 가능합니다.”
상훈: “저.. 제가 발구름이 안되는데 괜찮을까요??”
관장: “그런건 걱정마시고 내일 한번 들러주세요~”
그렇게 시작된 청정관과의 인연은 전학 온 학생처럼 약간의 어색함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첫 수련을 마치고 놀랐던 부분은 관장님의 지도가 세부적인 설명을 통해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반응하는 검도였다. 청정관은 상대적으로 학생들 비율이 높아서 성인과 고등학생이 같이 수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중단 자세, 발구름, 타격, 격자, 거리 등 반복된 설명이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나는 검도를 몸으로 체득하는 방식으로 익혔는데 여기서 내가 알지 못한 기초지식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샤워장에 비치된 탈모 샴푸, 여드름 예방 비누, 호텔식으로 접은 도톰한 수건은 더욱 기분이 좋았다.
5. 3단 도전! 3번째 합격!!
2023년 9월, 경기도검도회 3단 심사에 도전하였다. 대련 심사에서 상대가 빙글빙글 도는 성향이라 한판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항상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된다. 불합격이다…. 한해가 지나고 2024년 2월, 재도전을 했다. 연격에서 큰 동작과 발구름에 집중했고 대련도 무난하게 마친 것 같았다. 근데..악! 본심사에서 무의식적으로 큰 실수를 했다. 대도 6본 선도인 내가 소도 2본 후도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순간 당황하였으나 심사위원께 목례를 하고 차분히 다시 이어나갔다. 결론은 불합격…. 관장님께서는 두 번이나 떨어진 내가 걱정이 되셨는지 더욱 지도에 힘쓰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송구스러운 마음이 컸다.
2024년 6월, 3번째 도전이다. 결론은 합격!! 상대 심사자가 나와 비슷한 큰 머리치는 성향의 검우였고 불필요한 동작이 없는 깔끔한 스타일이었다. 본에서도 실수 없이 무난히 마무리하였다. 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 직감이 왔다. ‘이번엔 합격이다.!’ 잘 치른 시험은 결과가 말해준다. 3일 후 합격 소식을 듣고 태연하게 기뻐하며 관원들께 감사의 인사를 했다. 특히 관장님께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고 싶다.
“관장님, 저 개구리 발구름 고쳐주시고, 거리 교정 지도해주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6. 교검지애와 평생검도
검도는 다른 무도와는 다르게 어린 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수련할 수 있는 운동이다. 80대 할아버지가 승단심사를 보는 장면에서 고개가 숙여지고 50대 아빠가 중학생 딸과 대련하는 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진다. 10년 전 나의 유급자 시절 선배들이 오른팔 힘 빼라, 어깨 힘 빼라 등 다양한 지적을 해줬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던 내가 지금 검도장에서 유급자 학생들에게 같은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 참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다. 10년 만에 3단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다. 그래서 평생검도를 해야 하는 것 같다. 검도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목표가 있을 것이다. 7단, 교사, 범사 등 심사합격에 대한 목표가 보통인데 나는 조금 다른 목표가 있다.
목표 1: ‘70세까지 건강한 검도를 하자!!’ (평생검도)
목표 2: ‘잘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오늘도 함께하자!’(교검지애)
7. 맺음말
검도장에 오면 사회에서 입던 옷, 속옷, 양말 모두를 벗고 누구나 공평한 검도복을 입는다. 검도복에는 급, 단을 뜻하는 어떤 표식도 없다. 검도복을 입고 수련하는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단자라고 해서 항상 이기는 검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검력이 짧다고 해서 항상 지는 검도를 하는 것도 아니다. 검도는 지금 앞의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고 예를 갖추는 것이 ‘교검지애’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검우님들이 건강하게 평생검도를 하시고 교검지애를 통해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