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Kumdo 인스메디 대표 박승자 (한국사회인검도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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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분당에 사는데 알람이 두 번 이상 울리는 법 없이 새벽 5시 10분에 일어나서 뒤도 안 돌아 보고 집을 나와 강남 도장으로 운전하여 6시에 도착합니다. 현관문을 열고 중문을 열고 불을 켜고 환풍기 돌리고 청소기 돌리고 음악을 틀고 스트레칭으로 시작합니다. 2016년 도장에 온 후 거의 예외 없이 합니다.
20여 년이 넘도록 한 주말 승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승마장에 도착하여 승마장 강아지 간식을 챙기고 마부들에게 준비해 간 커피를 주고 승마 교관 간식 그리고 승마 후 집으로 옵니다.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고민할 순간에 ‘그냥 하는’ 것입니다. ‘그냥 하기’는 제 일상이나 검도에도 365일 똑같은 루틴입니다. “
25년여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시사철 정장에, 한 번도 흐트러짐 없이 자기가 정한 생활을 우직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박승자 사회인검도연맹 부회장의 삶의 원칙이다. 20년 넘게 해 온 주말 승마도, 은퇴를 앞둔 55세 나이에 시작하고 지금도 변함없이 수련하고 있는 검도도 그녀의 삶의 루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여 세계문학의 정점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레프 톨스토이의 1877년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위대한 문장으로 꼽히는 이 말은 또한 많은 분야에서 성공의 법칙으로 차용하고 있는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Anna Karenina principle)’의 유래이다. 이 법칙은 성공은 수많은 실패요인을 모두 피할 때 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굳게 다짐한 마음도 순식간에 수백 번 변하고 갖은 방법으로 외면하거나 회피거리를 찾는다. ‘하기로 한 것은 힘들어도 하고 하기 싫어도 하고 두려워도 한다’라는 박승자 부회장의 삶을 대하는 자세는 40여 년이 넘는 일상 / 사회생활 속에서 지켜졌다. 만약 ‘박승자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있다면 좌면우고(左眄右顧) 없이 고민할 시간에 하기로 한 것은 ‘그냥 한다’일 것이다.
간호사로, 보험업계 최초 의료인 사고/보험조사원으로, 의료전문컨설팅 회사 운영자로, 65세 시니어 검도인으로 10년째 검도를 수련하는 박승자 부회장을 강남구 도곡동 커피숍에서 만나보았다.
Q. 부회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사회인대회에 거의 매년 출전하는데 그때마다 단상에 계시거나 시상식에 참가하는 것을 자주 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 이렇게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네요. 사무실이 업무로 번잡하여 이렇게 커피숍으로 왔습니다. 제가 늦은 나이에 검도를 시작해서 신체적 반응도 늦고 실력이 빨리 느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인터뷰한다고 하여 의외였습니다. 하여간 저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갑네요.
그리고 부끄럽지만 사회인검도연맹 부회장 자리는 제가 지금 운동하는 One 도장에서 검우회장으로 있을 때 관장님과 회장님께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에 뭔가 도움이 될 일을 찾아볼까 해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기여한 역할은 없네요. 하하.
Q. 현대라이프에서 사고조사, 보험사기와 관련된 업무를 하시다가 은퇴하시고 현재는 인스메디라는 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인스메디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면요?
네. 제가 25년간 현대라이프에서 근무하다 2015년 은퇴하고 2016년에 회사에서 했던 업무 지식을 바탕으로 인스메디라는 의학 전문 컨설팅업체를 설립했습니다.
저희 인스메디(www.insmedi.co.kr)은 보험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한 업무를 통해 축적된 전문지식과 날로 새로워지는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보험 사고와 관련된 의료자문, 의료분석, 의료번역 등을 제공하여 발생한 문제를 공정, 정확하게 해결하도록 컨설팅하는 회사입니다
업무 범위로는 크게 의료자문, 의료분석, 의료번역, 동시감정 등이 있습니다.
의료자문은 약 150여 명의 전문의료진들을 모시고 장해, 진단, 치료과정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의료분석은 해당 분야 전문의 및 의료분석 전문가의 면밀한 분석을 통하여 정확한 자료를, 의료번역은 임상적 경험, 해외차트번역, 양/한방 의무기록 등 의학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동시감정은 보험사 및 보험가입자 간에 의견대립이 있는 경우 국내 최고의 전문의료진을 통한 객관적 심사로 분쟁해결을 유도하는 일입니다.
Q. 이번 질문은 궁금해서 드리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여쭙겠습니다. 30년 전만 해도 보험사고조사, 보험사기조사라는 약간 거친 업무를 그것도 여자가 한다는 것에 사회적 편견과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 업무를 하시게 되었는지요?
네. 저는 원래 간호대학을 나오고 결혼 전까지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습니다. 또 기회가 되어 외국에서 1년 정도 파견 근무도 했구요. 그리고 돌아와서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 육아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조금 특이하죠.
그러던 중 보험회사에서 의료 전문 인력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전까지 이 업무들은 법적 분쟁으로 연결되니 법대 출신들이 주로 해왔는데 당시 분위기가 전환되어 법리분쟁 전에 의료전문가가 먼저 접촉을 하면 법을 적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하여 저 같은 의료 전문 인력이 필요로 하였습니다.
기혼과 경력단절이라는 불리한 조건에다 미혼자만 지원하도록 한 채용공고임에도 과감하게 지원하고 대표이사님과 면담에서 제가 강단 있게 저를 뽑으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 어필했는데 그것을 좋게 들리셨는지 간호사였던 제가 보험업계 최초로 이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네. 있습니다. 제 결혼 배경과 성격이었던 것 같네요. 당시 면접에 들어 온 대표이사님이 결혼과정을 물어보시길래 제가 신입 간호사 시절 모시던 수간호사님이 제 시어머니가 되었다고 답을 하니 더도 생각하지 않고 채용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같이 근무하던 간호사를 며느리로 골랐으니 얼마나 많이 저의 인성과 제 생활태도에 대해 검증을 했을까 하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또 어떤 기회라도 오면 잡는다고 하는 제 성격이 많이 작용한 것 같아요. 제가 일도 그렇지만 25년 근무하는 내내 정장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정한 원칙과 기준을 벗어나지 않고 단순하게 합니다. 그렇게 하여 긴 직장생활과 지금의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Q. 그렇네요. 매일 부딪히는 직장 선배가 며느리로 마음에 두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지켜보고 평가를 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저라도 그 한마디에 부회장님의 인품을 금방 알 수 있겠는데요. 하하. 이제 검도 얘기를 여쭙겠습니다. 검도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제가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2015년이니까 제가 은퇴할 때였습니다. 현대카드에서 사내 검도장을 만들었는데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계속할 수 있을까 하고 염려가 되었지만, 헬스보다 나아 보여 관원을 모집할 때 과감히 시작했습니다. 이때도 기회가 오면 잡는다 하는 제 성격이 발동한 거 같습니다. 현대카드 검도 1기로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여기에 인터뷰했던 현대카드 박창민 상무가 그때 저와 같이 했습니다.
지금은 마곡선검도관 관장님이신 선강원 사범님이 지도해 주셨고 그분이 제 최초 스승으로 저에게 초단을 주셨습니다. 그 이후 회사를 은퇴하고 2016년도에 이곳 강남에 회사를 만들고 나서 비싸게 주고 산 호구가 아까워 주변에 검도장을 알아보니 One도장이 있어 현재 그곳에서 운동하고 있고 지금은 4단입니다.
Q. 55세에 검도를 시작하시어 10년째 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에 비해 배우는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았을 거 같은데요?
네. 항상 조심스러웠고 제가 정한 검도원칙을 지키려 했습니다.
큰 사고도 있었구요. 이것 보세요.(팔뚝에 커다란 수술자국). 몇 년 전 아침 수련을 하다가 뒤에 있던 검우에 밀려 바닥을 찧고 넘어지는 골절사고가 있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내원 후 한 달간 입원하였는데 여자에겐 출산의 고통이 크다고 하지만 아이들을 낳아 본 저로서도 출산보다 더 아프더라구요. 하하. 그러나 철심을 박고 깁스하고도 도장에 나갔습니다. 몸으로는 못해도 검도장에 나가 말이라도 해서 검도를 했습니다.
제 생활도 그렇지만 검도장에는 매일 나간다 하고 정한 루틴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매일 도장에 6시 도착하여 아침반 검우들이 올 때까지 운동 준비를 끝냈습니다. 변수가 없었습니다. 365일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죠.
Q. 생활과 같이 검도나 승마나 정해진 루틴을 벗어나지 않고 오랫동안 한다는 것이 대단합니다. 부회장님이 느끼시기에 지금 하시는 검도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검도 이외에 주말 승마도 20년이 넘도록 했고 수상스키, 마라톤, 골프 등 그냥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제가 업무 이외의 관계형성이 없는데 검도는 같이 땀을 흘리고 끈끈하게 관계형성하고 사람들과 어우러져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하하. 승마는 말(馬)하고만 얘기하잖아요.
그리고 파이팅이 있어서 좋고 언제 멍이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할 수 있어서도 좋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년이면 65세인데도 이렇게 자세도 바르고 허리도 꼿꼿하잖아요.
Q. 요즘 활성화되고 있는 시니어 검도인이시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특별한 계획이라는 것은 없고 평소처럼 검도나 일을 그냥 하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한 계속 검도는 할 것이고 체력이 안 된다면 말(言)로 하는 검도라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빨리빨리 하는 세태이지만 저는 사범님들이 강조하는 기본에 중점을 두고 그냥 천천히 단순하게 할 계획입니다. 그게 사회인 검도가 아닐까요?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은 원래 만 65세가 되는 내년에 그만두려고 했는데 같이 일하는 분들이 제 경륜과 연륜이 필요하니 계속 있어 달라고 하여 소위 고충처리반장으로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반갑고 주신 대한검도회 굿즈도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