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실수는 메달의 색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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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듯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요즈음이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이어서 개최된 파리 패럴림픽이 지난 9일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파리 패럴림픽엔 난민 선수단을 포함하여 총 169개 국가패럴림픽위원회(NPC) 소속 4천567명이 출전을 하였고, 22개 종목에서 549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하였다. 종합 1위는 중국(금메달 94개)이 차지했고, 영국(금메달 49개), 미국(금메달 36개), 네덜란드(금메달 27개)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선수 83명(남자 46명, 여자 37명)을 포함한 177명의 선수단을 파견하여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4개로 종합 순위 22위에 올랐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는 운 좋게도 참석하여 “보치아”라는 종목의 경기를 마지막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이는 올림픽이 아닌 패럴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독자적인 종목으로 ‘땅 위의 컬링’이라 불린다. 원래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돼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처음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가로 6m, 세로 12.5m 경기장에서 한 팀은 적색 공, 다른 팀은 청색 공을 6개씩 던져 표적구인 흰색 공에 더 가까이 붙인 공의 수를 점수로 계산해 승패를 정한다.
한국은 보치아 종목에서 금메달 1, 은메달 3, 동메달 1을 획득하여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으며, 이 경기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새삼 실감한 것이 멘탈의 중요성이다. 올림픽에서 모든 선수가 수많은 노력과 훈련을 통하여 당황하지 않고, 자신감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평상심을 유지하며 승부에 임하여 실수하지 않는 것이 승리로 다가가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기를 보면서 느낀 감정은 그들이 장애인이고, 팔과 다리를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선수, 때로는 보조구와 보조자를 동행하고 하는 경기라는 점이다. 남녀 페어 준결승에서는 슬로바키아 선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표적구까지 공을 던져야 하는데 힘이 없어서 던진 공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서 상대편이지만 승패를 떠나서 안타까움을 느껴야만 하였던 심정, 보조도구(홈통)를 사용하여 목표 지점까지 공을 굴리기 위하여 가만히 있기조차 힘든 몸으로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홈통의 방향을 설정하고 입에 긴 봉을 물고 그것을 이용하여 공을 굴리는 모습에서 간절함에 더하여 처절함까지 느껴야만 하였다.
또 몸이 경직되어 마음대로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어서 던지는 공을 자신이 집어 들지 못하고 보조자가 옆에서 집어 주어야 하는 선수, 공을 던지기 위하여 몸의 근육을 풀려고 수없이 팔을 앞뒤로 흔드는 선수를 바라보면서 그들의 어려움과 힘들어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수없이 훈련한 결과로 이제는 실력 수준이 거의 평준화(?) 되어서 자칫 공을 굴리는 방향 설정을 잘못하거나 예상한 대로 공을 굴리지 못하면, 실수로 이어지고, 그 실수는 곧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것을 현장에서 바라보면서 결국에는 평소에 갈고닦은 실력에서 얼마나 실수를 덜 하느냐가 메달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 실감하게 된 사실이다.
평소의 부단한 훈련을 통하여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실력을 믿고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으로 표적 구를 향하여 공을 던지고, 굴릴 수 있는 강심장, 즉 “멘탈의 무게”를 새삼스레 절감하였다.
더불어 끊임없는 수련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검도이지만, 묵상을 통하여 우리의 흐트러진 마음을 잡아주고, 안정시켜주고,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 부동심을 체득하기 위한 묵상, 즉 “멘탈의 무게”는 다른 운동에서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장애인들의 경기 현장에서 실감하였다.
(이 글은 2024 파리 패럴림픽 장애인보치아 경기를 관전하고 작성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