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칼럼 19WKC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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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오후 늦게 도착한 호텔은 황량한 벌판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한적한 곳에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합이 열리는 체육관과 가깝다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는 시내 체육관 쪽으로 향하면서 더운 날씨 때문에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들어 마음이 착잡하였다. 함께 도착한 체육관은 그나마 냉방이 가동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이 시작되자 진현진 감독의 맹수와 같은 호령 속에서 선수들은 전후좌우로 날아다니듯이 몸을 쓰면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휴식시간이 되자 주치의에게 치료를 받으러 오는 선수들의 발을 보면서 긴 한숨과 함께 눈물이 핑 도는 아픔을 느꼈다. 이 보배 같은 청년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결과에 대한 보장이 없음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고행을 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만 했다.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선수라는 마음의 짐을 가슴에 품고 있음에 견뎌낼 수 있는 수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 젊은이들을 위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밀라노 날씨는 그야말로 햇살 끝에 바늘이 달린 것처럼 뜨거우면서도 따가웠다. 시합에 임하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다 같이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어 묵묵히 참아 내면서 연습을 계속할 뿐이었다.
어쨌든 연습을 끝내고 시합 당일 긴장 속에 개회식이 이루어지고 여자 개인전이 시작되었는데 여자 선수들 역시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유럽부터 북중남미 국가의 선수들이 강한 면모를 보이는 가운데 상당히 어려운 개인전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날 일본과 결승전을 가지게 되는 여자 선수들이지만 개인전에서는 제대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지만, 그 와중에도 김민지 선수의 다섯 번 연장까지 가는 선전을 보면서
여자 선수들의 장래가 밝게 보이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결국은 시합의 승패를 떠나서 이 대회를 어떻게 우리의 분위기로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한데 단체전 결승까지 올라갈 때의 분위기는 미국과의 극적인 대표전을 거치면서 대회의 흐름을 우리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어서 결승전의 결과와 상관없이 즐거웠다 할 수 있겠다.
일본 여자 선수들의 실력은 확실히 한 단계 위에 있음을 재차 확인되었고 차기 대회를 위해서는 별도의 훈련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역시 개인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끝남으로 몹시 서운했으나, 마지막 날 역시 국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서인지 눈빛부터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역시 조국이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시합의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 준우승을 했지만, 선수들이 펼친 죽도의 향연은 우승을 넘어선 가치를 담았다 하겠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축하를 하고 축하를 받으면서 시합을 끝냈지만, 이 대회에서 가장 큰 감동은 결승전이 끝난 후 선수와 임원들이 대회장 중앙에서 우리나라를 응원해 주던 관중들을 향하여 큰 인사를 드릴 때 그 환호성을 들으면서 무사히 대회를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관중들이 대한민국을 응원해 주던 그 함성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하겠다.
대회 및 여행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입국장에 들어왔을 때 김용경 회장님, 전영술 원장님 이하 전무님 그리고 여러 관계자분이 환영을 해 주시는데 과분한 응대에 가슴이 뭉클함을 느끼며 이제야 반년 가까이 어깨에 놓여 있던 짐을 내려놓으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는 것이 내 삶에 큰 방점을 찍었다 하겠다.
삼 년 후 동경대회 때는 미리 준비하여 우승의 기쁨을 대한민국의 선수와 검도인들도 느껴 봤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단장으로 해야 할 역할은 큰 것 같지만 내 생각은 선수들이 선봉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송곳의 끝날 같아서 다치지 않고 기량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라 생각하고 가능하면 후원으로 조용히 힘을 보태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끝으로 대한민국 검도의 점진적인 발전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