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궤도(詭道)-적을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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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1편 <시계>에 나오는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뒤로도 이어지는 내용을 풀이하면
전쟁은 속이는 것이다. 고로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하고,
군대를 움직이려 하면서도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보이며,
가까운 데를 노리면서도 먼 데를 노리는 것처럼 하고,
먼 데를 노리면서도 가까운 데를 노리는 것처럼 해야 한다.
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궤도”란 바꾸어 말하면 적을 속이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전쟁 자체가 속임수라기보다는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속임수가 많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역경》에서는 “음과 양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을 도라고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음과 양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한쪽의 행위는 그것과 대립하는 쪽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쟁은 대립하는 쌍방이 상호 작용을 하는 과정이므로 아무리 완벽한 전략이라도 상대방에 의하여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계획의 성공 여부는 자신의 행동에 달려 있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 때문에 결정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손자병법 4편 <균형>에서는 적이 승리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은 나에게 달려 있고, 내가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은 적에게 달려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즉, 책략 없는 전쟁은 없으며, 승리의 관건은 힘이 아니라 책략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궤도는 책략을 기만술과 교란책 등 14가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만으로는
능력이 있어도 없는 듯 보이고, 움직이면서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며,
가까운 데를 노리면서도 먼 데를 노리는 것처럼 하고,
먼 데를 노리면서도 가까운 데를 노리는 것처럼 한다.
상대방의 교란으로는
상대를 이익으로 유인하고, 혼란스럽게 하여 이익을 취하고,
상대를 흥분시켜 어지럽게 만들고, 나를 얕보이게 해 교만하게 하고,
상대가 편안하면 힘들게 만들고, 상대가 결속돼 친하면 이간질한다.
또한, 상대의 강점에 대비하거나 회피하는 전략으로는
상대가 튼튼하면 수비만 하고, 상대가 강할 때는 싸움을 피한다.
마지막으로 기습공격을 위하여
방비가 없는 곳을 공격하고,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
입니다. 여기에서 “방비가 없는 곳을 공격하고”는 물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것을 친다는 의미이고,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라는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방법으로 친다는 뜻입니다.
현실 속의 실생활에서 전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대의 변칙, 반칙, 속임수, 교란, 회피전략 등을 사용할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멘탈을 갖추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검도에서도 바른 자세, 바른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하여, 부단히 수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상대방의 기만, 교란 등에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갖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상심이 마음을 먹는다고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훈련과 노력을 통하여 조금씩 쌓여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평생 검도 하는 마음가짐으로 상대의 변칙, 속임수, 교란 등에 휘둘리지 않는 평상심을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는 글입니다.
(이 글은 “오십에 읽는 손자병법”(최송목 지음, 유노북스)의 P.217~224.에서 발췌 인용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