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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Kumdo 검도 7단 빠뜨리시오(Patrick) 조정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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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세가 되면 무슨 일을 해도 부끄럽지 않고 어리석지 않고 남이 욕하지도 않는다고 하는 80무치(無癡)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올해 84세인데도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니 저는 90이나 되어야 무치에 근접하지 않을까 합니다.” 


검력 50여년의 신부, 한국 최초의 마테호른과 몽블랑 등반가, 아마추어로 대통령기 검도대회 16강 진출자, 10년 이상 7단 대회 최고령 출전자, 요트협회장, 스킨스쿠버,  KBS 다큐 ON 등 각종 대중 매체에 출연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는 조정헌 신부님이 인터뷰 중 부끄러움에 대한 말씀 중 언급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일을 하였고 무슨 일을 겪었든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한 인생의 부분들이고, 순간순간 하루하루가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매순간이 다르고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니 지금 여기 이순간이 바로 인생의 황금기라고 강조하시는 신부님을 포항 청하공소로 찾아가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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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신부님.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신부님을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이고,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하여간 서울에서 이렇게 먼 이 포항까지 와 주어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오시기 전에 보내 주신 내용을 참조하여 대한검도회 홈페이지에서 앞 전에 인터뷰하신 분들의 내용을 보고 감을 조금 잡았습니다. 이야기 거리가 될런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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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공소 (公所)가 아주 깔끔하고 산뜻합니다. 공소라는 말이 생소한데 공소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 쉽게 말씀드리면 학교의 분교, 경찰서의 파출소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공소는 본당(성당)에 속해 있으면서 교통이 불편한 농어촌지역이나 이동이 불편한 신자들을 위해 설치 운영되는 예배당입니다. 본당 신부님들이 방문하기 어려울 때는 제가 미사를 보기도 하지만 세례는 본당에서만 합니다. 저는 은퇴 신부님들이 모여 기거하는 곳에 안 가고 이 공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신자들도 60~70여명 됩니다. 이곳 청하 공소는 포항 흥행성당 소속으로 올 3월에 은인의 도움으로 이렇게 번듯하게 신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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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월간 검도’ 200410월호에 표지모델과 검도는 내 인생 최고의 스포츠라는 부제로 인터뷰하신 기사를 읽었습니다. 4대째 유서 깊은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아일랜드 신부님으로부터 빠뜨리시오(Patrick)라는 세례명을 받으셨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셨는데 아주 오래된 얘기지만 사제가 되신 과정을 조금 말씀 좀 해주시겠습니까?


정말 오래된 얘기네요. 서울 경동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가족들이 대부분 의사여서 저도 의사가 되려 하였는데 2학년 때 갑자기 육체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도 좋지만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고 보살피는 성직자의 사명에 마음이 움직여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가톨릭대 3학년 때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유학하였고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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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군요. 그리고 여기 오기 전에 작년에 방송된  KBS <다큐 온> 148회 ‘스님에게 신부님이 찾아왔다’ 편을 보았습니다. 차이가 차별이 되고 다름이 다툼이 되는 세상에서 종교를 뛰어 넘어 스님과 신부님이 친구가 되어 아름다운 동행를 하신다는 다큐멘터리였는데 저도 몇 번 반복해서 봤습니다.

 

하하. 보셨구나. 방송 때도 말했듯이, 내연산 문수암 묵설스님과는 10여년 전부터 인연을 맺게 되었고 비공식적으로 문수암 후원회장이라고 합디다. 사랑하라, 자비를 베풀어라 하는 말은 결국 큰 테마에서는 같은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걸 어떻게 하나로 갈 수 있느냐가 우리의 숙제입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온 신부, 스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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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종교와 정치 갈등은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좀처럼 화해하기 어렵다고들 얘기하는데 두 신부님과 스님의 동행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검도 얘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50여년 동안 검도를 하셨는데 언제 시작하셨는지요?


저는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등산을 좋아했는데 유럽에서 공부하던 1964년도에 마테호른과 몽블랑을 등반했는데 그것이 아마도 한국인 최초일 겁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에 한국인의 국민소득 100불 정도였으니 알프스 등반은 엄두를 못 냈지요.


그렇게 산을 좋아하다가 1976년에 검도를 알게 되고 시작하였습니다. 광주신학대학 교수로 재직할 때 신학도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사제로서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생각해 낸 운동이 검도였습니다. 1980년대 초 윤병일 선생을 만나 지도를 받으면서 평생검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한테는 운명적인 만남이었고 1994년에 선생님이 작고를 하실 때까지 20여 년 동안 깊은 검도인연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검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아하는 스포츠로 등산과 검도를 꼽았는데 지금은 검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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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47세에 대통령기 검도선수권대회, 50세 때(1988)는 대구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 등 다양한 이력과 기록을 갖고 계십니다. 요즘은 누구나 SNS를 통해 신부님의 7단 대회 출전 경기 모습을 보면서 승패를 떠나 평생검도의 표본이 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다 보니 수련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10년 이상 7단대회 최고령자 출전이라는 타이틀, 신부라는 특이한 직업 때문인지는 몰라도 많이들 기억해 주십니다. 그러나 7단 대회에서 2회전에 올라간 것은 부전승과 한 번의 승 이렇게 두 번뿐입니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즐겁고 대회라는 목표를 갖게 되면 더 열심히 수련하게 됩니다. 건강하고 아직은 체력이 있어 젊은 사람들과 동등하게 운동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점보단 아쉬운 것이 있는데, 저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고치려고 노력하는데 혼자서는 안 돼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는 단점들을 지적해 달라고 해도 단수하고 나이가 있다 보니 누구도 쉽게 와서 말해주지 않더군요. 부담스러워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두고 연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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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7단에 승단하신지가 20여 년이 다 되가는데 8단 승단 계획은 없으신지요?


하하, 제 나이가 84세인데 80이 되면서 욕심은 갖는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부터 자유로워 졌습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많이 누렸던 인복, 건강복, 놀복(놀이, 스포츠), 돈복(돈이 없음으로 해서 걱정거리가 줄고 자유로워졌던 복)들로 인해 하느님께 가면걱정입니다.


저는 10여 년 전에 승단을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검도계에서 8단은 최고단으로 검도기술 뿐만 아니라 주변 여러 조건들이 고려되고 남들에게 납득이 되고 인정이 되어야 하는 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도 자격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객관적 기준에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검도계에 기여한 역할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84세가 되어서도 건강을 유지하고 젊은 사람들과 운동을 해도 무리가 없음에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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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복’, 많이 갖지들 못해서 불안했던 돈을 없음으로 해서 걱정거리가 사라졌다는 신부님의 관점에 순간 생각이 정지되었습니다. 다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지금 검도인구가 줄고 있는데 검도가 좀더 활성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검도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글쎄요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사실 교회에도 젊은 사람들이 드뭅니다. 젊은이들의 생각을 알 수는 없으나 아마 그들에게 그것들이 필요치 않는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말을 하자면, 몇몇의 노력이나 시도로는 지금 현재 흐름에서 검도 인구확대는 어렵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유튜버 한 명이 독특하고 특이한 소재로 순식간에 2~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는데, 50만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에서 잘 되는 도장이 하나 있고 그것도 관원 30~40명이 있는 것이 검도 현실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 검도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검도계 밖의 단체, 즉 정치, 경제, 문화, 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단체들과 연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우선으로 검도계가 내부적 일치단결하여 자체 힘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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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별적인 활동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정책적으로 힘을 모아 외부 단체와 협업하자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 것인지요?


검도 목표를 세우면 좀더 열심히 할 거 같아 7단대회에 계속 출전할 예정입니다. 우승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나쁜 점도 이해 받는 검도가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검도라고 인정받고 싶습니다. 올바른 검도, 누가 봐도 멋진 검도, 제대로 치고 나가는 검도를 위해 매일 생각하고 반성하고 기억하는 검도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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