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A News 2023 World Combat Game에서의 검도경기 - 아직도 덜 실천되고 있는 신 경기심판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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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생소한 “월드 컴벳 게임”(World Combat Games)은 격투 스포츠인 여러 무술 종목의 경기와 다양한 시범를 보이는 국제적인 종합 스포츠 행사이다. 이러한 행사는 세계 무술의 다양한 종목을 국제 관중들에게 선보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SportAccord(세계스포츠연맹)에 의해 창립되었는데, 무술의 고대 전통과 가치, 현대 사회에 대한 기여를 반영하는 문화 프로그램도 보여 준다. 이 경기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도 하는 행사이므로 의미가 있다.
제1회 대회는 2010년 중국 북경에서 개최되었고, 제2회 대회는 2013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바 있다.
2019년 대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와 2021년 카자흐스탄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대회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취소되었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이 대회는 개최국에서 15~16개 무술 종목에서 참가하는 2천여 명의 참가선수단 모두의 항공료, 숙박, 식사, 지상 운송 등을 부담하여야 하므로 유치하여 개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 참가 종목과 참가자들
이번에 지난 10월 29~30일 양일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16개 무술 단체가 모여 경기를 하며 각종 행사를 한 것은 러시아에서 2013년 이 경기가 개최된 지 10년 만에 열리는 세 번째 행사였다.
이번에 참가한 무술 종목은 검도를 포함하여 유도, 태권도, 복싱, 펜싱, 유술, 레슬링, 카라데, 합기도, 킥복싱, 무에타이, 삼보, 사바테, 스모, 우슈, 팔씨름 등 16개였다.
검도 행사는 FIK(국제검도연맹)의 주관하에 개최되었는데 한국은 부회장국으로서 일본과 함께 이번 경기의 선수구성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었다.
검도 종목의 총 참가 국가와 참가 인원은 23개국 114명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6명이 참가하였다.
남자 개인전 2명, 여자 개인전 2명, 남자 고단자 경기 2명, 여자 고단자 경기 1명, 심판 4명, 본국검 시연 1명, FIK 임원 2명, FIK 지원 2명이었다.
본회 참가자 16명은 아래와 같다.
FIK 부회장: 김용경, FIK 이사: 서병윤,
본회 국제분과위원장: 문성빈, 위원: 성용은,
사무차장: 김태우,
남자선수: 김관수, 서준배,
여자선수; 한하늘. 홍지연(불참),
모범경기 선수: 신모철, 정진곤, 백경화,
심판: 정동진, 김진옥, 이윤영.
본국검 시연: 이은미.
- 검도경기, 모범시합 및 검법 시범
검도경기는 남녀 개인전과 시범경기였다.
선수권대회와는 달리 남자 개인전의 경우 일본, 한국 및 아시아 지역, 미주지역, 유럽지역에서 추천된 우수선수 16명이 선발되어 토너먼트로 경기가 진행되었고, 여자 개인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16명의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우수선수들이 경기를 펼쳤다.
단체전 경기는 국적 관계없이 2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하였는데 남녀 개인전에서 1차에 탈락된 선수들을 나누어 실시하였다.
시범경기의 경우는 일본, 한국, 대만의 남자 8단 고단자들과 여자 7단 고단자들이 승패에 관계없이 좋은 자세로 검도의 진수를 보여 주는 형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개인전의 경우 19WKC 대표선수인 김관수, 7단 대회 우승자인 서준배가 출전하였고, 여자의 경우 역시 19WKC 대표선수인 한하늘과 홍지현이 출전하였다.
시범경기는 정진곤(남, 8단), 신모철(남, 8단) ,백경화(여, 7단) 3명이 출전하였다.
그 외에는 검도의 본, 거합도, 장도(丈道)의 시범과 우리나라의 본국검 시연이 있었다. 우리 본국검은 대구의 이은미 사범이 시연하였다.
- 경기내용
남자 개인전에서는 한국의 김관수가 캐나다의 한국계 선수에게 어처구니없게 첫 시합에서 2:0으로 패하여 큰 실망을 안겨 주었으나 서준배 선수가 3위 입상을 하였고, 여자 개인전의 경우는 한하늘 선수가 역시 3위 입상하여 체면을 세웠다. 심판상 약간의 문제가 있어 비록 두 사람 모두 3위를 하였으나 서준배 선수와 한하늘 선수는 뛰어난 기량을 보여 많은 사람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여자부 홍지현 선수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여를 못해 기권패 하므로 문제가 있었고 한국 임원들을 부끄럽게 하였다.
시범경기에서는 신모철 선수와 정진곤 선수의 모범경기와 백경화 선수와 일본 무라야마 선수의 경기가 있었다. 이번에는 남자 고단자의 경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하여 한국은 한국 선수끼리, 일본은 일본 선수끼리의 경기를 하였다. 승패를 가리지 않으므로 좋은 자세와 바르고 검리에 맞는 칼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 선수 3명 모두 바른 자세로 치열한 공방을 보이며 좋은 모습을 보여 주어 박수를 받았다.
검도의 본, 거합도, 장도(丈道) 시범은 일본 선생들의 시연과 외국 사범들의 시범이 있었고 한국의 본국검은 이은미 사범이 전통복장을 하고 좋은 시연을 하여 검도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잘 보여 주었다. 장도 시범에는 한쪽 다리가 없는 외국 선수가 침착하게 장도의 진수를 보여 주어 열띤 호응과 함께 조용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는데, IOC(국제올림픽위원회)나 SportAccord (세계스포츠 연맹)에서는 모든 종목에 장애인 경기를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어 앞으로 검도에서도 장애인 검도 활성화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NAGAO(長尾進) FIK 사무총장이 언명한 바 있다.
- 남녀 개인전에서의 심판
개회식에서 FIK의 AJIRO(網代忠宏)회장은 “검도는 평화다!”라는 이 대회의 데마를 선언하며 이 대회에서의 경기가 승패를 떠난 화합을 도모함을 천명하였다.
이런 이유로 남녀 개인전 자체가 승패를 첨예하게 다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심판을 적당히 보라는 것은 아니므로 FIK 심판위원장인 KODA(⾹⽥郡秀) 선생은 약식 심판강습회에서 새로 바뀐 심판법에 의해 엄하게 심판을 보라고 거듭 주문하였다.
내년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되는 19WKC의 사전 점검적 의미도 있으므로 잘못된 코등이싸움과 왼손으로 방어하며 상대에 다가가는 자세 등에 대한 엄격한 반칙 적용을 요청한 것이다.
이번에 참가한 일본, 한국 심판들을 포함한 경기심판 19명은 모두 FIK의 19WKC 지역(Zone)강습회에 참가하여 강습을 받았으므로 개정된 심판규정에 대하여 모두 숙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회의 성격상 분위기가 풀어진 것 인지는 모르겠으나 작지 않은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었다.
실전에서 선수들이 새로 바뀐 코등이싸움이나 왼손 들고 방어하는 행위 등에 대하여 지키지 않고 범하는 습관적인 반칙을 그냥 묵인하는 모습들이 있어 심판 교대 시마다 심판에 대한 질책과 지적이 자주 반복되었다.
香田 심판위원장도 애가 탔고 평가위원이었던 필자나 미국의 TAGAWA(田川) 선생도 걱정이 되어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바뀐 심판법에 의한 엄격한 반칙 적용에 있어 가장 우수한 심판들인 한국과 일본 심판들도 큰 차이가 없이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년의 19WKC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이제까지 FIK가 심혈을 기울여 올바른 검도, 올바른 심판의 확립을 위해 애써온 것이 헛수고가 되는 우려이었다. 심판이 용기와 사명감을 갖고, 적당히 심판 보는 행위는 철저히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전반적으로 이제까지의 고질적이고 지저분한 검도시합 형태가 사라지고 아주 바른 검도가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국제 시합에서 심판이 엄하지 않으면 다시 고질적인 검도시합 형태가 부활할지 모르는 다른 우려가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앞으로 내년 3월 중순 일본에서 19WKC전에 최종 선발된 심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인 최종 강습회에서는 더욱 철저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 그 외의 문제들
이번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회조직위원회가 이런 종류의 국제스포츠 행사에 숙련되지 않은 때문인지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까지의 직행 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항공으로 가게 되어 12시간 이상을 마닐라에서 기다려야 했고, 항공예약도 사우디에서 일괄적으로 행하는 바람에 좌석확보, 일정변경 등 모든 게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고 어려웠다. 입국비자도 각국 참가자들이 각국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에 신청하면 될 것을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리하므로 비능율적이고 시간이 걸려 출발 하루 전에 비자가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검도의 경우 항공예약, 비자, 호텔예약, 물품 통관 등 모든 것을 FIK를 통해야 하므로 각국의 참가자들은 물론 FIK도 혼란스럽고 엉망인 상태였다. 죽도나 시범용 가검까지 모두 무기류로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복잡한 절차가 있었고, 신속한 업무처리가 거의 안되는 행정적 어려움도 있어 각국 참가자는 물론 FIK나 본회 사무국에서 두 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행사하는데 참가하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리야드공항에 도착한 선수단들도 무리하게 정해진 리무진 버스에 함께 태우려고 장시간 기다리게 하는 일도 있었고, 선수단에게 지급되는 단복 상의도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입지 않고 귀국 시에 모두 호텔 종업원들에게 건네주었다. 경기 진행에 있어서도 TV시간에 맞추어 진행이 20~30분 이상 늦추어져 모두 맥 놓고 앉아 있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경기장 내 조명도 어둡고 산란하여 선수, 심판 및 관련 임원들이 어려웠다. 그러나 그 외 식사나 호텔 등은 모두 괜찮았다. 제1회 대회와 제2회 컴벳 게임에 참가해본 적이 있는 사람 들은 그래도 이번 대회가 가장 나았다고 하니 이나마 많이 발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맺는말
이런 국제 행사를 통하여 참가자 모두가 각국 검도인들과 서로 가까워지고 친밀해져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고 또한 검도경기가 치열한 경쟁이 전부가 아니고 검도의 본질인 “상대와의 조화”임을 생각하게 하는 행사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귀한 기회였다.
또한 전 세계에 검도 행사가 새로운 형태로 방영됨으로써 검도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PR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인천에서 필리핀 항공편으로 리야드로 가는 도중 필리핀에서 12시간 이상 지루하게 대기할 때 일부러 복잡한 마닐라공항에 나와 우리 선수단을 공항 밖으로 안내하여 호텔 숙박과 불가마에서 휴식을 할 수 있게 세심하게 애써준 재필리핀 검도회장인 윤여일 사범(4단)과 리야드에서 모든 행사가 끝난 후 귀국 당일 반일 정도의 시간이 있을 때 바쁜 시간을 내어 우리 선수단을 사막으로 안내하여 사막 오토바이를 타게 해 주고, 현 사우디 왕조를 다시 세울 수 있게 치열한 전투를 벌여 탈환한 유적지인 마즈막 성채 안내하여 자상하게 관광 가이드를 해준 재사우디 한국대사관 상무관인 이승관 사범(4단)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선수단 뒷바라지를 위해 너무 애를 많이 쓴 본회 사무국의 김태우 차장과 FIK 스텝 자격으로 참가한 문성빈, 성용은 교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