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 구석구석 2023년 리야드 World Combat Games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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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Riyadh)에서 개최된 WCG(World Combat Games)에 다녀왔다. WCG는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의 지원을 받는 SportAccord가 후원하는 대회로서 제1회는 2010년 중국 북경(Peking)에서, 제2회는 2013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burg)에서 개최되었고, 10년 만에 제3회 2023년 대회가 리야드에서 개최된 것이다. SportAccord는 올림픽 수도인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둔 비영리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조직으로, 올림픽 및 비올림픽 국제 연맹을 대표하는 이해 관계자들이 관리하는 기관이다. 이번 대회에는 검도, 태권도, 유도, 펜싱, 복싱, 주짓수, 당수, 레슬링, 팔씨름, 킥복싱, 무에타이, 우슈, 삼보, 아이키도, 스모 등, 16개 무술 종목을 대상으로 개최되었다. WCG는 일반적인 세계대회와는 달리 승부보다는 각 종목의 수련 방법의 교육 및 홍보에 대회의 의미를 부여하고 초첨을 맞추는 것 같았다.
SportAccod에 소속되어 있는 국제검도연맹(FIK) 사무국은 주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협력하며 FIK 소속 국가들에게 배정되는 참가자 수의 조정 및 검도프로그램을 기획하였으며 각국 참가자들의 항공편, 숙박, 비자 등의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들을 맡아 처리해 주었다. 검도프로그램은 각국 남녀 대표선수들의 개인전 16강, 고단자 모범시합을 포함하여 검도 본, 거합도(居合道), 장도(杖道), 본국검법의 시범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FIK 부회장이신 김용경 회장님과 FIK 이사인 서병윤 선생님을 포함하여 국제업무위원장(문성빈), 고단자 모범시합자 3명(정진곤, 신모철, 백경화), 심판 3명(김진옥, 정동진, 이윤영), 본국검법 시범자(이은미), 올해 7 대회 우승자(서준배), 국가대표선수 2명(김관수, 한하늘), 그리고 FIK 스탭으로서 국제업무위원회 간사(성용은), 사무처(김태우) 등 15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26일 저녁 8시35분 인천공항 출국을 위해 오후 5시 30분에 M카운터 앞에 집합하여 체크인을 마치고 필리핀항공(PR 469)에 탑승하여 약 4시간 후인 밤 11시 40분에 니노이 아키노(Ninoy Aquino) 마닐라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마닐라공항에서 12시간 대기후 리야드행 직항을 타고 10시간을 더 비행하는 일정이다. FIK 사무총장 보좌인 타카모리(高森) 선생으로부터 처음 비행기 표를 받았을 때 무척 당황하였다. 해외여행에서 경유지 12시간 대기라는 비행 일정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Skyscanner로 우리 여정에 적절한 비행기편을 검색해 보았을 때 인천공항에서 아랍 에미레이트항공으로는 두바이에서 2시간만 경유하면 리야드까지 총 14시간 20분 만에 도착하는 비행 일정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카모리 선생에게 말도 안되는 비행 일정이니(특히 김용경 회장님과 서병윤 선생님 같이 연로하신 분들께는) 다른 일정으로의 변경을 재고해 주기를 부탁하며 불만을 표시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알고 보기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비교적 저렴한 항공편으로 티켓팅해서 보내준 것이었다. FIK 사무국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인 것 같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참가자들도 마닐라공항을 경유하여 같은 비행기를 타고 리야드로 향하는 비행 일정이라는 것을 알고는 그나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마닐라 공항터미널에서 12시간을 대기할 수 없어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기로 하고 필리핀 대한검도회 윤여일 회장의 알선으로 버스로 1시간 정도 이동하니 27일 새벽 2시경에 호텔과 찜질방에 도착하였다. 김용경 회장님, 서병윤 선생님과 나는 호텔에서, 나머지 일행은 찜질방에서 쉬기로 하였다. 아침 8시에 집합하여 다시 마닐라공항으로 출발하여 공항 라운지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모든 것이 다 계획한 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었다. 공항 라운지는 만석이었고 어쩔 수 없이 공항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11시 50분 출발 리야드행(PR 654)에 탑승하였다. 10시간 30분을 비행하여 드디어 27일 오후 5시 20분에 킹 칼리드(King Khalid) 리야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출입국심사를 담당하는 남자직원들은 하얀 토부(Thobe)에 머리에는 슈막(Shemagh)을 두루고 있었으며, 여자직원들은 눈만 보이는 검은 니캅(Niqab)을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사우디아라비아에 온 실감이 났다. 히잡에는 10가지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공공장소에서는 얼굴을 보이게 하는 아바야(Abaya)보다는 니캅을 착용한다고 한다. 심사를 위해 눈만 내놓고 있는 사우디 여자를 대하니 기분이 묘하고 다소 어색하기도 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였지만 출입국심사에 문제없이 통과하였다. 수하물을 찾은 후 게이트를 나오니 WCG 조직위원회 안내위원들이 각 숙소행 버스승차를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선수/시범자들은 Joudyan 호텔(https://www.joudyanhotels.com)에, 임원/심판들은 Braira Al Wizarat 호텔(https://brairahotels.com/al-wizarat)에 배정되었기 때문에 각각 기념촬영 후 숙소행 버스에 승차하였다.
킹 칼리드 리야드국제공항에 도착 후 임원/심판의 호텔행 버스승차 전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0분쯤 되었다. 안타깝게도 주최 측과 임원/심판들이 묶기로 한 호텔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겨서 호텔 10층 식당에서 제공되는 석식은 먹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FIK 사무국 타카모리 선생이 난감해하며 여기저기 연락해보고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수고하였지만 결국 해결하지는 못했다. 호텔 밖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해 보려고 하였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에는 편의점 샌드위치와 제과점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로비에서 회장님과 담화를 나눈 후 각각의 방으로 들어가 쉬었다. 다행히 선수/시범자들이 묶는 호텔에서는 별문제 없이 석식이 제공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한숨을 놓을 수 있었다.
2일 차 28일 아침에는 호텔 식당에서 처음로 먹어보는 사우디아라비아 풍의 조식을 맛있게 먹고, 리허설을 위해 Al Hilal Football Club으로 향하였다. 오전에 검도본, 거합도, 장도, 본국검법 등의 시범을 위해 반복연습하였고, 선수들은 내일의 시합을 위해 몸을 풀었으며, 심판강습회는 서울 및 홍콩국제심판강습회에서 이미 습득하고 강조된 내용을 중심으로 실기 없이 코다(香田)선생의 설명으로만 마치게 되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는 호텔로 돌아와 중식을 하고, WCG 경기장을 점검하기 위해 킹 사우드 대학((King Saud University)의 체육관으로 향하였다. 킹 사우드 대학(https://ksu.edu.sa/en/home)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설립된 대학으로 국립대학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도 이 대학의 법학과를 졸업하였다. 캠퍼스는 워낙 커서 버스로 캠퍼스 입구를 진입하여 스포츠과학대학의 옆에 있는 체육관까지 가는 데 한참 걸렸다. 버스의 창밖으로 보이는 각 대학의 건물들은 모두 황토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2-3층 정도의 높이였다. 잦은 모래폭풍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건물들은 황토색으로 칠해진다고 한다. 버스에서 하차하여 보안검사대를 통과한 후에 체육관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킹 사우드 대학 스포츠과학대학 앞에서
검도장은 대기하면서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경기장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경기장은 무대조명이 설치되어 있었고, 대기실로부터 선수들의 입장을 음향과 조명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선수들은 경기장이 아닌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음향 볼륨과 조명 및 전반적인 경기장 상태를 점검하고 호텔로 돌아와 석식을 마친 후 자유시간을 가졌다.
3일차 29일은 검도본, 거합도, 장도 시범에 이어 남녀개인 16강전을 치루었다. 대진표는 FIK 사무국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이미 추첨으로 결정되었다. 여자개인전에는 일본, 한국, 미국, 폴란드는 2명, 기타 국가들은 1명의 대표선수를 파견하였다. 남자개인전의 경우에는 일본, 한국, 미국, 프랑스는 2명, 기타 국가들은 1명의 대표선수를 파견하였다. 여자개인전의 경우에는 한국과 호주 선수 각각 1명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하여 14명의 선수가 시합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국의 여자국가대표 한하늘 선수는 4강에서 일본의 세노우선수에게 패하여 3위에 입상하였고, 남자국가대표 김관수 선수는 캐나다의 김건희 선수에게 패하여 안타깝게 1회전에 탈락하였다. 올해 7단대회 우승자인 서준배 선수는 4강전에 일본의 호시코(星子)선수에게 패하여 3위에 입상하였다. 결국 남녀모두 1, 2위는 일본 선수들이 차지하였다. 일본 남자대표선수의 경우에는 전일본선수권대회의 이전 우승자였으며 올해 전일본선수권대회 출전예정인 마쯔자키(松崎)와 호시코(星子)를 대표선수로 파견하였다. 이는 최강의 대표선수들을 파견함으로써 WCG에서 조차도 일본검도의 위상을 지키고 싶어하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 마쯔자키선수와 호시코선수는 WCG를 마치고 일본에 귀국하자마자 그 다음날 전일본선수권대회에 출전하여 각각 2위와 3위에 입상하는 투혼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국가대표 에이스인 김관수 선수가 4강에서 마쯔자키와 대결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1회전에 탈락하여 실망하였다. 그러나 서준배 선수가 17살 차이의 젊은 호시코와의 대결에서 아깝게 손목으로 패하긴 하였지만 뛰어난 기량으로 경기내내 호시코 선수를 당황하게 함으로써 한국검도의 체면을 지켜주었다. 한국심판들의 심판능력은 일본심판들과 비교하였을 때 결코 뒤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뛰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윤영 심판은 전일본검도연맹의 시합/심판위원장인 코다(香田)선생을 비롯하여 많은 심판 선생들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또한 이은미 사범의 본국검법 시범도 WCG의 많은 참여자로부터 관심을 끌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킹 사우드 대학의 WCG 검도경기장 내에서 한국 참가자 전원과 함께
4일차 30일의 주요 이벤트는 고단자 모범시합이었다. 오후 1시부터 예정되어 있어서 오전에는 조식 후에도 잠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가 있었다. 일본의 타니(谷) 선생와 마쯔다 (松田)선생, 한국의 정진곤 선생과 신모철 선생, 미국의 가토(加藤) 선생과 대만의 리우 선생이 모범시합을 보여 주었다. 여자의 모범시합에는 한국의 백경화 선생과 일본의 무라야마(村山) 선생, 그리고 캐나다의 최보라 선생과 미국의 미우라(三浦) 선생이 참여하였다. WCG의 폐회식은 예정보다 늦어진다고 하여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셔틀버스로 호텔로 돌아왔다.
5일 차 31일은 저녁 7시 비행기로 귀국 예정이라 공항 가기 전까지 김용경 회장님의 배려로 미니버스를 렌트하여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WCG 일정 내내 다른 숙소에서 머물게 되어 함께 하지 못했던 한국 선수/시범자들과 함께 맥도날드 햄버거를 점심으로 먹고 1시간 정도 이동하니 사우디아라비아 붉은 사막(Red Sand Dunes-https://maps.app.goo.gl/dQiDwZHiPH8cUrbk7)에 도착하여 회장님과 함께 바이크(Bike)를 타며 붉은 사막읕 만끽하였다. 두 번째 여행지는 리야드 근처로 돌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유적지(Masmak Fortress-https://maps.app.goo.gl/q12DJymHFUwqj4t29)를 탐방하였다. 바쁜 와중에도 대사관의 이승관 상무관이 동행하며 안내를 해주어 너무 고마웠다. 이승관 상무관은 현재 검도 4단이며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면 곧 승단 심사를 볼 예정이라며 검도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보여주었다. 탐방을 마친 한국대표단은 리야드공항에서 오후 7시에 출발하는 마닐라행(PR 655)에 탑승 후 9시간 30분 만에 마닐라국제공항에 도착, 5시간 대기후 인천공항행(PR 468)에 탑승하여 저녁 7시 3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6박 7일의 WCG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니 후련하기도 하면서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남은 여생동안 언제 다시 중동국가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WCG 일본 참가자들 중에 FIK 사무총장인 나가오(長尾), 전일본검도연맹 시합/심판위원장 코다(香田), 게이오대학 지도사범 타니(谷), 나라현 검도회장 마쯔다(松田), 동경대 지도사범 사토(佐藤), 홍콩국제심판강습회 강사였던 야마자키(山崎)선생은 모두 범사 8단이며 나와 동갑내기이다. 이들과 동급생이라는 친근감으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국제업무위원장으로서는 무엇보다도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WCG에 동행한 모든 분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무엇보다도 김용경 회장님과 서병윤 선생님께서 긴 비행시간과 여행 일정을 무사히 마치신 것에 대해 더욱 감사를 드리며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