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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칼럼 Things won are done ; joy's soul lies in the doings_얻은 것은 이미 끝난 것이다.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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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19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대한민국 검도 국가대표가 확정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선발된 선수들 뿐만 아니라 선발전의 과정에 참가했던 모든 선수들, 진심으로 고생했고 수고 많았습니다. 고맙다는 말까지 하고 싶습니다.

 

대회는 2024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됩니다. 그때까지 약 11개월의 기간 동안, 우리 대표선수들은 힘든 훈련 일정을 소화해내야 합니다. 그때까지 우리 대표선수들이 감내하고 견뎌내야 할 그 모든 것들은 생각만 해도 먹먹해질 정도입니다. 하여, 대한민국 대표선수가 되었다고 축하해주는 마음보다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게 됩니다.

 

코로나 여파로 6년 만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사실 제15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를 포함, 그 이후 대회에서 일본과의 결승전을 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았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자 단체전의 경우, 15회 대회는 근소한 차로 졌고, 16회 대회는 근소한 차로 이겼으며, 17회 대회는 확실히 우리가 이긴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15, 16, 17매번 같은 패턴으로 승부가 났습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세 대회 모두, 주장전에 이겨야 대장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요.

 

진부하게 판정을 운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포츠에서 승부의 세계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스포츠가 역동적인 재미와 감동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했던 사실은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일본과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거기에 이르기까지 견뎌내고 이겨냈던 과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몸과 마음의 고통과 피로를 견뎌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계대회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꾸역승이라는 말처럼 어찌어찌 우승하는 것보다 정작 의미가 있는 것은 우승할 만한 합당한 실력과 자격입니다. 바로 이것이 대표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검도인 들의 열망이기도 할 겁니다. 대회를 준비함에 있어 우리 선수단이 해나가는 모든 일정이 결국 그 '합당한 자격'을 갖추기 위함일 겁니다. 제가 보아왔던 15, 16, 17회 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선수단이 보여주었던 모습은 그 자격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것도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합니다.

 

그대에게 명예가 찾아오면 기꺼이 받으라. 그러나 그 명예가 가까이 있기 전에 붙잡으려 허우적대지 말라

 

사실 검도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종목이 그렇듯이 운동 경기 대회라는 것은 어찌 보면 참 잔인합니다. 최종적으로 우승하는 한 사람의 개인 또는 한 팀 외에는 결국 모두가 패배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패배했다고 해도 그 패배가 끝이 아닙니다. 그리고 끝까지 이겨서 우승했다고 해도 그 승리는 영원한 게 아닙니다. 이기든 지든 그것은 그저 순간들이고 기억이며 추억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의 간절함과 치열함, 좌절과 기쁨 그리고 그 여운입니다. 그리고 그 '중요한 것'에 진짜 의미가 주어지는 것은 '그 과정에서의 그 느낌과 기억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검도를 통해서 검도 대표선수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검도 선수들, 고단자들과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낀 것이 있습니다. 최고의 선수들은 결코, 그저 검도만 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검도 수련과정에서의 육체적인 고통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할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정작으로 그들을 견디기 힘들게 한 것들은 검도 외의 것들이었습니다. '그 외의 것들'이 무엇이냐는 따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검도 이외의 모든 과정에서 짓눌러오는 정신적 피로와 고통을 담담하게 견뎌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꼭 유명한 대선수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의연하게 이겨나가는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습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는 적지 않은 부끄러움을 느꼈고 나이를 떠나 그들에게서 배우려고 했습니다. 그들이 받아들이고 견뎌내는 상황을 보면 대부분 저라면 절대 견딜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요. 사실 제가 의사로서 일을 할 때도 업무과정에서의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고통이나 피로가 된 적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견디기 어렵고 매번 고비라고 느끼는 스트레스는 전혀 다른 곳에서 견디기 힘들 만큼 나를 죄어오곤 했었지요. 그런 상황이면 가끔 선수들의 그런 모습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래, 그 어린애들도 그렇게 잘 이겨내는데 나도..하면서..

 

나폴레옹의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군인의 첫 번째 덕목은 피로를 견디는 능력이고 용기는 두 번째 미덕일 뿐이라고...그리고 그 용기라는 것도 전진하는 힘을 가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힘이 없을 때 전진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내가 본 검도 선수들은 그렇게 피로를 견뎌낼 줄 알고, 힘이 없을 때도 전진할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번에 대표 팀에 선발된 선수들도 그런 사람들이고 더욱더 그런 사람이 되어갈 것이며 '합당한 자격'에 가까워져 가겠지요.

 

아주 오래전부터 치열한 선수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안쓰럽고 안타깝고 부끄럽고 미안하며 고마운 마음을.... 그래서 선수들에게 순수한 팬이 되고 싶고, 그 어떤 인기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보다 검도를 하는 그들이 인정과 존중을 받으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그들은 충분히 거기에 합당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선발된 선수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선수를 꿈꾸는 모든 검도 선수들, 그리고 검도 선수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승부와 마주해야 하는 모든 검도인 들이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즐기게 되길 바랍니다. 검도 선수들, 검도인들, 그리고 인생이라는 여정을 걸어가는 바르고 건강한 사람들의 꿈과 미래, 그리고 이들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그 방법을 아는 사람들의 삶이 풍요롭고 따뜻하며 밝게 빛나길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