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에서 노사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남재현 상무는 27년째 검도를 수련하고 있다. 노사관계, 80년대에 들어서 노동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노사는 여전히 갈등적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남재현 상무는 전반적인 갈등적 구조 속에서도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하면서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많은 노사 양측의 의견을 듣고 조언을 하고 있다. 남재현 상무는 노사정책의 원칙을 세우고 원칙을 지킴으로써 노조와 조합원들로 하여금 투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하는 것이 노사 협력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체교섭과정에서 설사 파업을 한다고 해도 수용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하여 오히려 노조의 사용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검도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보급하고 함께 수련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한국사회인검도연맹의 부회장직을 맡아 7월에 개최되는 사회인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남재현 상무를 광화문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상무님! 모레부터 일본 출장준비로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모레부터 일본 출장이 잡혀있네요 . 하는 거 없이 바쁜척해서 미안합니다. 인터뷰 전화를 받고 오늘 내일 가능하시냐고 여쭈어 봤는데 오늘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리 오시라고 해서 죄송하기도 하네요.

Q. 노사관계 일을 하시면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할 텐데 어떻게 협의가 잘 되는 편인가요?

네, 저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여러 루트를 통해 듣고 있자면 말씀하신 대로 이해관계가 첨예합니다. 그러다 보니 원만한 합의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로 반대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합니다. ‘역지사지’가 중요합니다.

Q. ‘역지사지’.어느 분이 말씀한 것이 생각납니다. ‘사장은 적게 주고 일을 많이 했으면 하고 일하는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받고 싶어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원리만 깨우쳐도 좀 더 쉽게 얘기가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네. 노사문제가 발생하여 의견을 물어 올 때 절대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심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보다 나은 그리고 개선된 상황이나 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을 협의 기준으로 삼으면 말할 거리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전보단 부드럽게 서로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거 아닌가 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부임하였을 때 생각 이상으로 근무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밥 차를 몰고 같이 식사하면서 얘기도 듣고 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르게 환경이 개선되었습니다.

Q. 그럼에도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네요.

  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도 인간인지라 머리가 아픕니다. 검도가 없었다면 아마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매일 도장에 나가서 운동하다 보면 쌓인 스트레스도 뭉쳤던 근육도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관계 이전에 원래 인간은 이기적이고 상대 뿐만 아니라 나 또한 이기적이다라고 인정하고 접근하면 한쪽을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역지사지 마음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리고 싶네요.

Q. 상무님은 검도를 어떻게 시작하셨는지요?

  제가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어느 날 3개교(대구고, 경북고, 달성고) 학생들이 단체활동을 하는데 지도 선생님께서 목검을 주시면서 화랑의 자세를 취하게 하였습니다. 그때 잡아 본 목검이 참 괜찮다, 시간이 되면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한참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 근처 도장에 등록하면서 검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Q. 검도 수련 과정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는지요?

신촌 부근의 도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5단 승단하였지만 승단 준비를 하면서 바른 자세와 바른 칼 그리고 마음 훈련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치고 들어가 막고 때리는 검도를 했습니다. 그것이 검도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그것은 바른 검도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바른 자세, 바른 칼을 아무리 설명해 주었더라도 이해를 못했을 겁니다. 검도는 수련 시간의 누적과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고민 속에서 바름을 조금씩 배우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네요.수련 단계에 맞는 지도가 필요하단 말씀이시죠? 상무님에게 검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또다시….‘역지사지’ 자세와 마음을 갖출 수 있는 것이 저에게는 검도의 매력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과도 관계가 있는데요, 늘 자기의 입장에서 남을 바로 보니 갈등이 생기고 또 그것으로 고집이 생기고 다시 아집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대화가 될 수 없잖아요. 그런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만들었던 것이 저에게는 검도수련이었습니다.

내가 치고 들어가서 상대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날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나의 행동을 생각하고 다시 상대의 행동을 생각하는, 바둑으로 보면 몇 수를 예측한다고 할까요? 승패, 공격, 방어라는 행위가 검도의 규칙에 있으니 단순히 생각만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의 실질적인 동작을 결정하기 위해 상대를 꾸준히 알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검도의 매력은 ‘역지사지’ 능력을 갖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Q. 지금 한국사회인검도연맹에서 부회장으로 일하시고 7월에 있을 제36회 사회인검도대회를 준비하고 계시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네. 한마디로 홍보와 재정입니다. 지금 인터뷰하시는 사범님처럼 검도 수련하는 사회인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대회에 많이 참가하여 활성화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네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검도에 대한 홍보가 지금보다 많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부분의 도장이 수련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홍보 부족이 아닌가 합니다. 인구 감소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고 한때 검도를 하였거나 향수를 갖고 있는 사회인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의외로 사회 각 분야에 검도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검도를 한다는 것을 잘 말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부담 없는 태권도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음은 재정입니다. 사회인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사회인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 금전적 지원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비를 걷어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Q. 홍보와 재정, 앞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겠군요.앞으로의 검도 수련 계획은 있으신지요?

  별도의 계획은 없고 없고 그저 계속하는 겁니다. 여기 사무실을 둘러 보시면 아시다시피 저는 죽도와 가검 그리고 턱걸이 용품을 갖다 놓고 틈틈이 운동하고 이 사무실을 찾는 분들이나 제가 참석하는 모임에서도 검도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니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