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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 구석구석 평생검도 시리즈 7_ 80대의 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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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제 50회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당시 모범연습(模範稽古)을 보였던 일본의 다니구치 야스노리(谷口安則)’ 범사 9단 선생의 연세는 만 81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젊은 이시다 토시야(石田利也)’ 7단을 비롯한 두 명의 젊은 8단 선생들(사쿠도 마사오作道正夫, 이와우 요오지祝要司)을 상대하며 조금도 흔들림 없이 시연하던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아니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이채롭기조차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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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도 같았으면 그 연세에 젊은이들의 격렬한 공격을 받아넘기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도는 이것이 가능하다. 10대 때부터 시작했으면 70, 이십대 때부터 시작했더라도 적어도 60년의 검력(劍歷)을 갖는 80대 노사(老師)들의 절제된 검도는 젊은이들의 경외심(敬畏心)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불승(佛僧)들이 인생을 노래하는 것들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삶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네.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나니,

삶과 죽음의 오고 감이 또한 그와 같다네.


무릇 구도승들이 아닐지라도 80대가 되면 생사를 초월하여 삶이란 것 자체에 상당히 관조적일 것 같은데, 평생검도인들은 어떨까? 젊은 날의 세속적 명리(名利)를 멀리하고 오직 검도 수련의 한길에 정진한 80대 노사들의 모습은 비범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60~70대를 거치며 마음 수련에 기초한 검도를 해 온 80대 검도인들의 검도는 인고의 세월을 넘나든 절제된 검도 그 자체일 것이다.


70대에 검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사람은 검도의 진미, 인간존중의 참뜻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런 70대를 거쳐 도래한 80대엔 독탈무의(獨脫無依)의 경지에 이르진 못할지라도 한편으로 남다른 평온(平溫)함을 느낄 것 같다. ‘()’하지 않고 ()’하는 - 상대의 오감(五感)을 읽고 제어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80대 평생검도인들은 어느 정도 인생의 생로병사(生老病死), 희로애락(喜怒愛樂)에 초월했을 듯싶다.


와우각상지쟁(蝸牛角上之爭)’이란 말이 있다. ‘와우(蝸牛)’란 달팽이의 또 다른 이름이니 달팽이 뿔 위의 싸움이란 뜻이다. 달팽이 뿔처럼 좁은 공간에서 하찮게 아귀다툼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부질없는 경우를 탓할 때 쓰인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런 와우각상지쟁같은 인생지사가 부지기수다. 이런 세속적 차원을 벗어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은 성공적 삶이라 할 수 있다. 활인검을 추구하며 평생검도를 실천하는 80대 노선생들의 절제된 검도를 보면서 필자는 그분들의 삶이 청정한 삶이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적어도 검도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에서 일탈하지 않고 스스로 그런 경지를 추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배움엔 끝이 없다 했지만, 그 무한한 억겁(億劫)의 학습 가운데 검도를 통해 바른 삶을 추구하는 80대는 정녕 아름다움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젊은 날의 체력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란 착각 속에 주색잡기로, 혹은 도박, 약물 등으로 자신의 몸을 너절하게 혹사한 대다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노년은 추하기 이를 데 없다. 말년에 친구도 잃고 가족도 잃는 그런 부평초 같은 삶을 주위에서 많이 목도하는데, 칼 한 자루에 깊은 철학을 담고 구도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80대 검사(劍士)들의 모습은 정녕 아름답다. 삶에 이끌리지 않고 오히려 인생을 무한한 도전의 장으로 이끄는 80대 대선배 검도인들의 늠름한 모습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전형(典型)이다. <>

 

  

필자 주) 평생검도 시리즈 연재를 마치며

지금까지 7(개관 ~80)에 걸쳐 연재한 평생검도 시리즈를 마치며 많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검력이 일천한 필자가 검도를 평생의 무도로 택해 묵묵히 수련하는 선학들 앞에서 이런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심히 염치없는 짓이었다. 60대인 필자가 스스로 80대 이후까지 검도를 수련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글을 매조지하면서 무릇 느끼는 것은 앞으로 수련이든 무엇이든 삶의 편린의 매 순간마다 더욱 겸허해져야겠다는 것이다. 졸문을 탐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와 송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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