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지난 2018년 인천에서 개최된 17WKC(세계검도선수권대회) 이후 FIK(국제검도연맹)에서는 국제심판의 선정에 있어서 막연히 국제강습회에 참가한 각국 심판들 중에서 국가별로 안배하여 국제심판을 선정하여서는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는 심판을 선정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서, 각 지역 강습회를 실시할 때 심판기능 평가관들을 강습회에 파견하여 강습받는 심판 개개인의 심판능력을 평가하도록 하고 여기에서 선발된 심판들만을 WKC심판으로 지명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2019년 대만에서 개최된 아시아지역 국제심판 강습회에서 처음으로 이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COVID-19로 인하여 2020년 파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18WKC가 취소됨에 따라 이 평가제도는 대회에 적용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화상회의를 통한 2022년 FIK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서 “코로나 시대의 심판법”을 19WKC에서 그대로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이어서 2024년 7월 초에 이태리 밀라노에서 19WKC를 개최하기로 확정함에 따라 중지된 심판선발 평가제도를 다시 도입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유럽지역, 미주지역, 아시아지역의 국제심판 강습회에 참가하는 심판들을 대상으로 바뀐 심판법에 따른 심판평가제도를 각각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연유로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FIK 평가관으로 본인이 추천되어 지난 2월 4일~5일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지역 심판강습회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항공편 및 일정>

2월02일(목) 인천 發 13:25 /뮌헨 着18:50 LH719便

뮌헨 發 21:15발/브뤼셀 着22:40 LH5630便

2월03일 휴식 및 중점 평가방법 관련회의

2월04일 (토) 심판강습 및 1차 평가

2월05일 (일) 심판강습 및 2차 평가(오전). 종합평가 회의.

2월06일 (월) 브뤼셀 發 12:30/뮌헨 着 13:45

뮌헨 發 16:05/인천 着 1125+1

2월07일 (화) 인천 着 11:25

<평가자와 그 조건>

이번 유럽지역 심판강습회에서의 3개 지역과 일본에서 선정된 심판 평가자들(Evaluators)은 아래와 같다.

한국: 서 병윤 (8단 범사)

마주: TAGAWA Yoshimitsu.(8단 범사)

일본: KODA Kunihide (8단 범사)

유럽: LABURU Jean-Pierre (7단 교사)

평가자의 조건은 국제심판 경험이 있는 8단 범사로서 영어와 일본어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고 해당 지역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유럽의 경우는 8단이 없는 관계로 고참 7단 중에서 이러한 조건을 갖춘 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연무자 제도와 파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매년 전국검도대회가 자주 열려 심판들의 심판 경험이 풍부하지만 유럽이나 미주지역은 공식 대회가 1년에 2~3회 정도 개최되므로 심판 실기를 행할 기회가 많지 않고 또한 빠른 칼을 쓰는 선수가 많지 않아 심판들의 심판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본회가 개최하는 대회만 연간 14회 있고 본회 산하단체인 실업연맹 등 5개 연맹체에서 하는 대회가 21회 그리고 각 시도 검도회가 개최하는 대회가 34회 (17개 시도에서 각각 2번이상) 이고 그 이하로 시군구 대회가 있어 연간 70회를 훨씬 상회하는 검도대회가 열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검도선수권대회에서 우리가 매번 유럽이나 미주지역에서 WKC에 참여한 심판들이 판정에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하여 이번부터 한국과 일본의 우수선수들을 참여시켜 유럽지역 및 미주지역 국제심판강습회에 연무자로 보내 상호간 및 현지 선수과 경기를 하게 함으로써 현지 심판들이 한국과 일본 선수들의 빠른 칼에 대한 감각을 갖게 하고 올바른 판정을 내릴 수 있게 지도하기 위하여 FIK에서 합의하여 기획한 것이다.

본회에서는 실업연맹에 선수파견을 의뢰하였으나 공교롭게도 유럽강습 기간인 2월 초에 동계실업검도대회가 개최되어 실업팀 선수들을 보낼 수 없게 되어 할 수 없이 대학검도연맹에 의뢰하여 대학생 3명을 선정하여 연무자로 파견하게 되었다.

대학생은 용인대 이승준, 정주현, 이영훈 선수가 파견되어 바르고 빠른 칼과 바른 자세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선수들에게도 60회 이상 유럽 및 일본 선수들과의 격렬한 경기를 통하여 좋은 훈련과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강습 참가자>

유럽검도연멩은 43개국이 가맹되어 있는데 이번 강습회에는 5단에서 7단까지의 고단자가 있는 총 21개국에서 남녀 83명의 많은 검도인들이 참가하여 유럽검도인들의 열정과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단별로는 7단이 40명, 6단이 34명, 5단이 9명 이었다.

5명 이상이 참가한 나라는 프랑스, 이태리, 영국, 독일,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스페인, 폴란드였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도 1명이 참가하여 관심을 끌었다.

유럽에는 8단 검도인이 없는 관계로 19WKC에 심판이 되려면 7단 이상이 되어야 하므로 강습은 2코트로 나누어 제1코트에는 심판 후보인 7단이상 40명, 제2코트에는 세계대회 심판 후보는 아니지만 강습받고 싶어 참여한 5~6단 검도인들이 각각 강습을 받았다.

<주요 강습내용>

우선 전과 다르게 “코로나 시대의 심판법”을 그대로 19WKC에 적용함에 따라 코등이싸움이 없어진 상황에서의 심판과 선수의 역할 그리고 왼손 들고 들어가며 방어하는 행위의 반칙 관련 사항이 중점 강습내용이었다.

코등이싸움에 대하여는 “검도시합.심판운영요령 수첩”중 코등이싸움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검도시합.심판운영요령 수첩”은 국제검도연맹 심판규정“에는 없는 것으로 일본에서만 심판 규정 부칙처럼 적용되던 것을 이번에 코등이싸움이 사실상 없어지게 되면서 국제화하게 되었다.

1.”검도심판.시합운영요령 수첩“의 내용 중 ”코등이싸움“에 대한 내용이 강조되어 여기 소개한다.

= 코등이싸움이란?! =

코등이싸움은 코등이와 코등이가 경합하며 상호 간에 아주 접근하여 긴박한 거리에서 생기며, 상호공방이나 격자 행동 중에 발생하는 상관관계이다.

코등이싸움이 된 경우, 시합자는 적극적으로 기술을 내든가 적극적으로 해소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코등이싸움이 길어지면 기본적으로 다음의 관점에서 판단한다.

1) 올바른 코등이싸움을 하고 있는가?

2) 격자의 의지가 있는가?

3) 헤어지려는 의지가 있는가?

목적과 현상을 자세히 보면서 단계적인 기준에 의하여 판단한다.

그 판단과 조치는 다음과 같이 집약된다.

- 일반적으로 보아 이상한 행위라면 부당한 코등이싸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보아 이상한 행위‘ 라는 판단은 제1조의 목적에 귀결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것에 더하여 ”시간적인 경과“ ”상황“등을 밟아서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고찰하며 합의에 의해 판단, 조치한다.

- 시종 호완의 주먹이 상대의 죽도의 칼날부에 걸려 있는 경우에는 명확히 부정한 코등이싸움이다.

-코등이싸움에서 격자로 연결시키기 위하여 순간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있을 수 있으나 이 행위가 길게 계속되는 것은 이상이 있는 부당함이라고 판단된다.

기술을 내기 위하여 일으키는 순간적인 행위라든가, 기술로 연결되는 순간적인 행위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격자로 이동되는 수단으로서의 순간적인 역교차라면 문제 삼지 않는다.

폭력적이라든지 의도적으로 걸치기(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를 한다든가 일반적으로 보아서 이상한 행위를 하면 금지행위에 해당한다.

교착상태를 안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안이하게 “헤어져!”를 선고하면 시합자는 심판원의 “헤어져”에 의존

하여 이것을 이용할 수 있다.

판정에 관한 권한은 심판인 3인이 동등하지만, 교착상태나 부당한 코등이싸움에 대한 조치는 시합의 운영에 관한 ”주심의 전결권한“의 사항이다.

*위의 상황 중 부당함이 발견되면 즉시 반칙을 부여한다.

2. 심판평가를 통해 지적된 사항들

1) 코등이싸움에서는 3초(한 호흡) 이내에 헤어져야 한다. 여기에 어느 한쪽이 고의성을 보이면 반칙을 줄 수 있다.

2) 코등이싸움에서 헤어질 때

- 한 번에 (一氣)에 동시에 헤어진다.

- 헤어질 때에는 죽도의 호(鎬)를 자르듯이 팽팽히 물러나야 하며, 칼을 내리거나 벌리며 물러나지 않는다.

- 코등이싸움에서 물러날 때에는 코등이와 코등이끼리 경합하여 바르게 서로 누르며 물러가도록 해야 한다.

- 한 선수는 그 자리에 있고 상대 선수만 물러가는 동작이 2회 이상 반복되면 물러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선수에게 반칙을 준다.

- 물러가는 선수를 가격하면 즉시 반칙을 준다.

- 서로 물러갈 때는 죽도의 선혁이 닿지 않을 정도만큼 물러간다. 그 정도 물러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가격하면 반칙이 된다.

- 헤어지는 듯하며 공격하는 것은 반칙이 된다.

- 헤어지는 중에 상대의 죽도를 감거나 치거나 누르거나 역교차를 하면 반칙이 된다.

- 물러나는 선수에게 의도적으로 따라붙으면 즉시 반칙을 준다.

3) 경기중이나 코등이싸움 시 죽도의 역교차를 상습적으로 하면 즉시 반칙을 준다. 한국선수들 에게 많이 보이는 행동이다.

4) 코등이싸움은 인정하지 않으나 코등이싸움 상태에서 3초 이내 (대개 한 호흡)에 기술을 내는 것은 적극 장려한다.

- 코등이싸움 상태가 되었을 때 기술을 내지 않을 때에는 즉시 헤어진다.

5) 왼손 방어자세(승부의 회피)에 의한 상대방에게 접근하는 행위는 규칙 제1조에 따라 반칙을 적용한다.

<평가의 관점과 5단계 평가>

평가는 5가지 관점을 심판이 행하고 있는지를 엄하게 평가한다.

1) 유효격자의 판정을 정확히 하고 있는가?

2) 코등이싸움의 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3) 반칙의 판정을 정확히 하고 있는가?

4) 심판원의 위치 잡기 및 이동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5) 심판원의 행동은 바르게 하고 있는가?

6) 선고는 명확히 하고 있는가?

이러한 관점에 따라 아래와 같은 판정을 내린다.

5점: 세계대회 레벨로 기량이 뛰어난 자

4점: 세계대회 레벨 정도

3점: 지역대회 수준

2점: 자국대회 수준

1점: 수련을 요하는 수준,

유럽강습회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평가한 결과 40명 7단 중 4명정도가 4점을 받을 정도로 상당히 엄격하였다.

여자 심판 중에서도 우수한 경우 19WKC에서 여성 심판도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정된 심판들은 WKC 개최 2~3개월전 일본에서 다시 집중 훈련을 받게 된다.

<맺는 말>

유럽검도연맹은 많은 강습생과 시합을 하는 연무자들이 있었지만 시종 질서 있고 깔끔하게 진행되었는데 회장인 Mr. Hauck, 부회장 Mr. Drosoulakis의 리더쉽이 돋보였다.

수강생들의 심판기능은 많이 떨어졌으나 열성적이고 진지하였다.

연무자들도 상당히 수준이 높아 우리가 아는 유럽검도 수준을 훨씬 상회하였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간 선수들도 유럽선수들에게 지는 경우가 자주 눈에 들어올 정도로 수준 높고 바른 검도를 하고 있었다.

기량뿐만 아니라 예법도 거의 일본 수준이었다.

그리고 평가자들과 연무자들이 도착할 때부터 강습회 끝나고 돌아올 때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고 숙식비용도 모두 부담해 주어 고마웠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연무자들과 각국 평가자들의 항공료 및 숙식비용은 앞으로는 FIK(국제검도연맹)에서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항상 일방적이던 FIK의 정책 결정이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긴밀한 상호 협의를 통하여 굉장히 유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하여 고질적인 코등이싸움과 만연된 왼손 들며 방어하는 이상한 검도가 사라지게 되고 상호 간에 바른 자세로 공세를 통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승패를 겨루게 되는 바르고 아름다운 검도가 확립되어 가고 있어 너무나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상호이해를 통하여 아시아검도연맹의 추진도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