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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 받는 검도가 복되도다!

  글쓴이 : 김명서
  작성일 : 2013-09-09
  조회수 : 4227

구제 받는 검도가 복되도다!


A사범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구제 강습회에 가지 않겠냐고요.
생전 처음 듣는 말이라서 그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여차여차 하여
2012년에 강습회에 못 온 사람들에게 대해 대한 검도회가 ‘자비’를
베풀어 구제하는 강습회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2010년에 4단,
단을 취득할 때 저의 실력보다는 나이―현재 66세입니다만―를
감안하여 단을 주어 얻은 것이라고 하는 자격지심이 있어서 이것으로
만족하자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강습회, 이런 것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저 주어진 이것이나 잘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같이 가자고 하니 혼자로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것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동료가 있으니 가볼까 하고 대한 검도회에
신청을 하였습니다.

대한 검도회에 오래 전에 회원 가입하였지만 이용도 거의 하지
않아 아이디도 비밀번호도 잊어버렸습니다. 다시 재발급 받아
강습회를 신청하는데 경쟁률이 높은 걸 보고 놀랐습니다. 공고 난
날 아침에 어정대고 있는데 A사범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신청
했느냐고. 아직 안 했는데 천천히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니 지금
안 하면 강습회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서 부랴부랴 신청했습니다만
신청하자마자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유익을 볼 것이라고
이 엄동설한에 목숨(?) 걸고 이 짓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도장에 가니 제 생각에 동조하는 동료들이 많은 걸 보고 더
후회했습니다. 그래도 기왕에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하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12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했습니다. 토요일이지만
병원 일도 하루 쉬기로 했습니다. 남해와 삼천포에서 합류하는
두 명과 진주에서 세 명의 인원, 합해서 총 다섯 명이 아침 다섯 시
반에 출발하였습니다. 가다가 얼마 되지 않아서 입에서 불평들이
튀어나왔습니다. 연수원을 그런 촌구석에다 지어놓고 이렇게 사람을
고생시키느냐고 서로가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더 나아가
맨날 같은 것을 하는데 사람 죽을 노릇이라고 투덜대었습니다.
비몽사몽 간에 고속도로를 달려서 오창 휴게소에 와서 아침을 해결
하고 연수원으로 향했습니다. 누군가 그 옛날에 일박하면서 연수를
기다리다가 아침에 연수원 들어가려는데 모두 뜻이 맞아서 땡땡이
치고 그 자리에서 서해안 쪽으로 차를 돌려 대하를 포식하였다는
추억을 낄낄대며 전리품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연수원의
웅장한 무학당이 보였습니다.

등록을 하고 식당 겸 강의실에서 대한 검도회의 산천초목도
떤다고(?) 하는 이종림 부회장님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뵙는 분인데 생각보다는 체구가 작아 보였으며 날카롭다는
인상과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조선세법을 강의를 하시는 신용만 7단 선생님은 몇 년 전인가 어떤
모임을 통해 짧은 기간 같이 한 시간이 있었지만 그냥 눈 인사 정도로
그쳤습니다. 평소에 가지는 그분에 대한 인상이 있습니다. 그분은
눈길이 선하고 ‘어떻게 저런 분이 거치른 검도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을 할 수 있을까’하고 혼자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검도의 본을 실습하는데 한심한 친구들의 술기에 심한 말도 못하고
들릴까 말까한 한숨 소리와 함께 미소만 지으셨습니다.

평소에 조선 세법에 대한 저의 솔직한 심정은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본국검법에 군더더기를 하나 더 얹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다시 자세히 실제로 해보니
무언가 내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세법이 군사 훈련용
이라는 것과, 실제로는 24가지가 있는데 지금은 우선 12가지가 정리
되어 있다는 것, 본국검법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는 정도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실기 시간이 되어서 제일 초급반에 들어갔는데 사실 연수원에 오기
전에 일주일간 관장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아서 그런 대로 가는 길
정도는 대강 숙지하고 왔습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벼락치기 공부라도
하는 사람은 낙제는 면하지만 그나마 벼락치기도 안 하는 사람은
낙제를 한다는 것을 오랜 인생 경험으로 알기에 일주일 동안이었지만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왔습니다. 여기 와서 실제 해보니 실수도
많았습니다. 신용만 선생님의 특별 배려(?)로 따로 열외하여 젊은
검사로부터 개인 지도를 받았습니다. 특히 납도 하는 방법과 칼을
크게 베는 것과 요격을 하면 칼이 내 중심에서 더 나간다는 것을
지도 받았습니다.

검도의 본에 대한 이론 강의를 하는 분은 얼굴에 구레나룻이 난
분인데 영낙없이 검객 같아 보였지만 저는 누군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가대표 감독을 하고 계시는 박학진 8단이라고
하였습니다. 검도의 본의 이론을 여러 가지 말씀하셨지만 특히 머리에
남는 것으로는 ‘앞으로 3보 나갈 때 당당히, 위압적이고 위협적
일 것. 기세를 제압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대표선수를 위해서라면 ‘깽판도 칠 수 있다‘라는 것을 예를 들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분의 선수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 검도의 본에 대한 실습이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놀란
것은―저도 그런 사람 축에 들지만―검도의 본에 대한 훈련이 전혀
안 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모양 자체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본에 대한 생각을 다시 고쳐 먹어야겠다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심판법에 대해 박학진 8단선생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한 동작을
100번 이상하라’는 말씀이 제 머리 속에 인상 깊게 들어왔습니다.
사실 4단을 딴 후에도 그냥 소극적으로 도장에서 저의 할 일만
챙기다가 지난해 10월부터 그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부족
하지만 같이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그 동안 이론적으로 검도일본
책을 번역해 놓았던 것을 다시 리뷰하면서 관원끼리 공부하여
왔습니다. 도장에 가면 짧은 시간에 가짓 수를 너무 많이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우선 중심을 공격하는 동작을
100번 이상을 하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백련자득이란 금언도
있으니까 이번에 돌아가면 꼭 해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침
2013년『검도 일본』 2월호가 중심 공격에 대한 특집이라서 이번에
중심 공격을 정립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심판법 실기 시간이 되었는데 시간이 모자라서 저의 앞에서
실기를 해볼 기회가 무산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경기장 안에서
실습을 하는 동료들을 보니 생전 처음 하는 분도 있고 모두들
긴장하여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런 실습의 기회를 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동시에 기왕에 ‘쪽팔리지만’ 한번 해봐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는데 기회가 없어져 버리니 그야말로 ‘시원섭섭’
하였습니다.
이제 강습회도 거의 종반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박학진 선생님이
빠른 머리 500번을 시켰습니다. 4단부터 7단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가장 기초적인 빠른 머리, 그것도 5백회를 하라고 하니 무언가
그분의 의도가 숨어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힘이 들었지만 오기로
끝까지 했습니다. 역시 그 다음에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그 후의
연격과 상호 대련 시에는 힘이 부쳤습니다.

수료증을 받아들면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왜 하필 "구제‘라는
제목을 구태여 달았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달리 그럴듯한 이름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또 하나는 그 넓은 강당에서 강연을 하면서
마이크가 없이 하다보니 뒷자리에서 듣는 사람들에게는 잘 전달이
안 되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한 검도회에서 우리들
보다 더 넓은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펴가시리라 생각은 되지만
수련하는 입장에서는 죽도 검도, 검도의 본, 본국 검법, 조선세법
까지 하다 보니 너무 가짓 수가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최소한 본국검법과 조선 세법 둘 중에 하나로 통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목욕탕에 들렀다가 집으로 향해서 차를
몰았습니다. 어두운 차 속에서 눈을 감으면서 하루가 참으로
길었다는 느낌과 함께 아침에 출발하면서 음성에 소재한 연수원에
대해 투덜대었던 불평이 어쩌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길은 멀지만 그래도 한 해 한 두 번 심산 유곡으로
은둔하여(retreat)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시 돌아본다는 것은
거리에 대한 불리를 제하고도 남는 유익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아침의 생각을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같은 강의를 한다고
하지만 검도만이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배움의 비결의 가장 큰
비밀은 반복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조금만 자연에 눈을 돌리면 알
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해가 뜨는 것, 사계절, 저 바다의 파도...
모두가 반복입니다. 반복만이 우리를 좀더 완벽에 가까이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오늘의 음성에서 제 검도 인생에서 무지했던 부분을 ‘자비’로
저를 구제해 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 점수를 딴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검도의 본과 조선세법을 저의 곁에 두고 다시 친구
삼아 수련을 해야겠다는 것을 자각해 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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